소리 없는 파이팅 - 용의 귀를 가진 아이들의
조일연 지음 / iwbook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글러브'는  최근 영화관에서 1위의 관람률을 기록 한다고 어제 저녁 텔레비젼에도서 나오던데 이 책은 바로  그 실제 야구부에

 관해 쓴 조필연님의 자전적 이야기다. '자전적'이라는 말이 여기서 적절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

야구부를 창설하고 우여곡절들을 수없이 겪고 2011년 현재에 이어 2013년 아테네에서 열리는 농아인 올림픽에 야구라는 종목이

 추가될 가능성을 충분히 준 작가가 쓴 실화라는 점에서 그리 부르게 되었다. 글의 마지막 까지 겸허함을 넘어 끊임없이 추구하는

저자의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와 희망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될 지 모르겠는데 그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한

오래 전 고대 중국의 전설적 인물 제갈량과 비숫한 면이 있고 보이지 않는 꿈을 향해 철저히 개인적인 계획을 세우고 하나

하나 목표를 달성해 간 나의 우상이기도 했지만 미국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벤저민 프랭클린과도 닮은 사람이다.

언젠가 내가 다녔던 회사의 직장 상사가 말하던 건데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이 클로즈업되어 바라보면

모두가 '위대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다가오기도 했다.

 

 

우스개 소리지만 우리가 아는 것과 경험하고 느끼는 것은 얼마나 다른가? 가령 조필연이라는 이름이 최근 텔레비젼 연속극에

 나온 악역 정치인과 이름이 같아서 나는 왠지 저자의 이름을 부르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안다는 것은 사전에 경험한 선입견을

깨고 다시 배워야 얻는 것이며 그것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무엇인가에 대해 대면하고 사실적으로 부딪혀야 하는

과정까지 포함한 결과가 아닌가? 여기서 극의 배우와 비슷한 조일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자가 농아인 야구단을 결성하고 그 단체

를 이끌어 오기까지 수차례 말한 그래야 만 했던 동기에는 '희망'을 갖고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처음에 저자를 조필

연으로 잘 못 읽었다.)  그 희망이란 마치 처음부터 희망을 안 가진 이들에게 그것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인생의 벽들에 부딪히고

획득해야 할 결과물이며 또 다른 의미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이들에게 그가 한 표현처럼 일제 강점기의 독립투사가 조국의 자유

와 독립 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를 위해 비장한 결심을 하고 투쟁하는 것처럼 농아인이 편견의 벽을 뚫고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 싸

우는 실제적인 대상이다. 이것이 바로 아는것과 경험하는 것, 감각으로 느끼는 것의 차이점이 아닐까?

저자의 약력을 읽은 후 글의 첫부분을 읽어내려가면서 단번에 전해 진 건데 글을 잘쓰고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글쓰는 것에 대해 스스로 지난 일들에 대해 반추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선의에 바탕을 두고 인생의 목표를 추구하기도 했던

농아인 야구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쓴 머릿말 글에서 왜 그가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 지 궁굼해졌다.

 

 

그래서 넘친 첫 장.. " 어느날 나에게 통찰이 찾아왔다 " 이 이야기는 인생의 긴 시간 중에 어느 한 순간 빛이 갑자기 나와 새로운

길로 가게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의문과 함께 호기심의 깊은 매력을 갖게 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평면에서

갑자기 솟아나는 운동력에 아무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그런 마력이 아니라 그것은 오랜 시간동안 그의 내면에 존재하고 준비

해 왔던 계획이었다. 따라서 그에게 찾아 온 이 '통찰'은 농아인과 전혀 관계가 없는 외부인에게 온 것이 아니라 20년 종안 농아인

제자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 무엇인가를 어떻게 전해 주면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것인가라는 생각의

소용돌이가 좁혀져서 분출된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야구를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테니스 공으로 던지던 것에서 시작한 것이 학생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그들에 대한 특별한 것, 보다 확실한 것을

전해 주고픈 간절함과 교직에 대한 본인의 회의, 그러니깐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며 변화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서 비롯된 절망감 때문에 더욱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므로

학교 관계자들과의 타협과 함께 주변으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했다. 활동적인 축구와는 다른 정적인 야구를 동네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수준에서 보다 전문적인 농아인 야구부를 결성하기 까지는 처음 가보는 길에 만나는 알지 못했던

복병들을 마주해야했다. 저자가 말한오래된 명작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대사 '마리아야 걱정 말거라, 하나님이 한 문을 닫으실

 때는 또 다른 문 한 개는 꼭 열어 놓으신단다 '라는 말은 장애인들에게 열리진 또 다른 하나의 문, 예비되어 있는 소중한 가능성

 보상감각도 되지만 새로운 길을 걷고 제시한 본인에게도 보여진 희망과 꿈으로 가는 문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 가능성 때문에 인적자원과 재정 상태도 엄청 부족한 가운데서 야구부 창설의 길을 가지 않았을까?

 

 

야구부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말이 참 많이 나오는데 너무 웃겨서 나는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이 부분이 꼭 들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부분을 찾아보았지만 '글러브' 영화는 책과는 다르게 관점이 한 부분이고 주인공인 저자가

아니라 농아인 야구부였다는 것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책에 빠져 있다보니 내 관점을 영화와 동일시

했나보다. 여하튼 부족한 재정 상태를 메우기 위한 노력, 공적, 사적인 인간관계를 총동원해서 후원 그룹을 만들고

전문가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초보자들과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 부분은 웃음과 함께 진한 감동까지

주었다. 몰래 야구공을 굴러온 주워서 타이어 속에 감추워 두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날 비가 오는 바람에 야구공이 퉁퉁 불어

버린것, 밤새 그 야구공 생각에 잠 못이루고 걱정했던 이야기...야구는 한일전 같은 국가적인 경기만 관람하는 나에게 이 공,

야구라는 매개체에 실려 있는 사람의 애정과 심사가 고스란히 묻어나와 감동을 일으켰던 것 같다.

그런데 감동이라면 사실 이 책 곧곧에서 찾을 수 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김인태 감독에 대한 이야기, 유니폼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항상 입고 다녔던 아이들, 야구 선수를 모집한 과정에서 말한 대순이에서 어린 대순이와 고릴라 선생님, 카톨릭 신부 홍성남 신부,

이희호 여사의 후원, 운명을 거부한 토끼 , 야구부의 선각자가 된 일본의 '머나먼 갑자원' 소년들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데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데 대만 친구 웨이 포룬 등...

 

여기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이 글에 나온 '대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옮기고 싶다.

 

< 대순이

 

대순이는 키가 자라지 않는다. 몇 년 째 똑같은 키에 똑같은 웃음과 똑같은 몸짓을 하고 다니는 아이가 나는 피터 팬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의 마음과 꿈 속에서 영원히 자라지 않는 소년으로 남아 있는 피터팬..

우리 나이로 여덟살이 되었어도 아기 같은 대순이는 요즘 수화를 열심히 배운다. 식사 시간에 마주 앉았는데 그 애는 앙증맞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수화 이야기를 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어휘를 이어가는데 '절망, 사랑, 이해, 발전'같은 제법 어른스러운

간어들이 튀어나온다. 나는 '으흠' 하고 웃으며 모르면서도 아는 척 대답한다. 영어가 시원찮을 때 처음 만난 외국인의 말에 무조건

 아는 척하던 때처럼.. 수화를 더 배워서 또 이야기해주겠다기에 좋다고 했더니 오늘도 그 애는 식당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몸무게가 팔십 킬로그램이 넘는 고릴라 선생과 피터팬은 가을 식당 앞에 서서 대화를 즐긴다. 간혹 코스모스 같은 웃음을 띠며

대순이는 어제와 똑같이 손가락으로 이야기를 한다. 희망이 나오고 사랑이 나오고 발전이 나온다. 나는 대순이가 예수님 같고

부처님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애는 좋은 말과 고귀한 말들을 끊임없이 하는데 나는 그 말을 제대로 알아 들수 수 없었다. >

참고로 여기 대순이는 초기 성심 야구부 매니저로 열심히 활약했던 학생이다.

- 상상의 날개, 용의 귀를 가진 아이들의 소리없는 파이팅52-53쪽 인용-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이야기에 왜 기적과 감동이 없겠는가?

거기엔 결과만 보게 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정성 노력이 들어가 있다. 자신이 힘써 가꾸고 결실을

보기도 한 야구부를 단호히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하고 현재 싱가폴에서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는 저자는

그동안의 일들은 반추하며 이 꿈을 함께한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하며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마치 사라진 불가능한

현상들을 눈에 보이게 조립해 놓은것처럼 살아 숨쉬는 모습을 안겨주었다. 그 가운데 시간이 흐로고 일부는 야속하게도 아픈

추억이 되기도 하겠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김인태 감독에 대한 내용이 그랬다.

처음 김인태 감독 얘기를 하면서 도대체 결말에 무슨 일이 있기에... 라는 의문점을 계속 갖고 있었는데 그가 농아인 야구부에

심은 사랑과 열정, 더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 연수 받아야 했던 일 그리고 그 다음에 닥친 사람 사는 일에 관한 이야기...

송계 계곡에서에서의 만남에 대한 회상에는 사람으로써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에 나도 할 말을 잃고 고개 숙이게 되듯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 그 모든 과정 속에도 불가능은 희망이라는 불꽃으로 사회의 비주류에서 주류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공적인 지원을 기대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메마른 땅에 뿌려진 씨앗 같았던 농아인야구부는 한 고개 한 고개를 넘어서

보란 듯 성과를 이루어 내고 국제적인 경기까지 치루며 도약하지만 그러한 새로운 길에는 보이지 않는 힘들이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삶이 그러하듯이.... 한 개인이 성숙한 인격체로 당당한 사회의 주역이 되기까지는

사랑과 정성을 바탕으로 한 가족과 이웃, 학교, 지역 사회, 더 넓게는 국가 라는 주변의 힘들이 작용하지 않는가?

그런면에서 많은 이들이 외면하거나 아예 잊고 있었던 대상에 대해 영화와 언론 그리고 서적을 통해 다시 재발견하게 한

것이라 생각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재반 장애인 시설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니 그 무엇보다 농아인들 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이들이

스스로 묻어 두었던 가능성, 희망을 다시 캐서 그 빛나는 모습을 보여 준 힘든 꺼내기 과정이라고 보여주는 것이 더 낫겠다.

사진에 비친 모습과는 다르게 섬세한 내면을 그리듯 써 놓은 저자의 마음에서 나 또한 인생의 통찰력을 얻을 것 같아 숙연해

진다. 헤르만 헷세의 소설 '싯다르타'에서 주인공 고다마 싯다르타는 평생 득도를 위해 수행에 몰두하다가 나중에 갠지스 강의

사공이 되고 강에서 도를 깨우친다. 그가 노를 저어 건나는 강물의 소리가 그 흐름이 싯다르타를 우주의 진리에 이르도록 했다는데

이 말은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리와 통찰의 가능성을 말해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는 이제 모든 걸 뒤로 하고 떠났다. 인적 순환을 위해 그 동안의 모든 일을 백광년 아득히 멀어진 곳에서 반짝이는 모습의 별로

보고 있는 중일게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희망의 불꽃에 동참한 이들이 계속되어 농아인 야구부는 국제적인 경기도 할 뿐 아니라

올림픽에 출전할 경기로 긍정적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희망이 되어 빛나는 별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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