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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엠마
크리스틴 레빈 지음, 이은숙 옮김 / 찰리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 해맑은 아침이면.. 정답던 친구들.. 지금은 뿔뿔히 흩어져..
보고파도 볼 수 없는 친구들아~
내 노래 소리를 들어라... 가파른 언덕 흐르는 냇물..
그곳에 뛰놀던 친구들아... 나무 속에 감추어둔 물총이
아직도 우리를 기다려... "
이 책 읽으면서 이 노래가 언뜻 언뜻 떠올랐습니다.
배경이 제가 살았던 시골과 너무나도 닮아서 아이들이 그 속 동굴에서 만나고 새총놀이,
흙산 오르기, 늪토끼 잡기, , 건빵, 낚시하기 등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는 익숙한 놀이가 향수를 다시 불러 일으키는 것
같더군요. 저도 10리나 되는 학교를 매일 오르내리면서 숲에서 많이 뛰어 놀았는데 이 책의 주인공. 딧이라는 어린아이의
이미지로 더 불리우는 해리오티스처럼 많은 추억을 갖고 있죠.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단지 한 소년의 따스하고 그립기만
한 성장기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첨예한 시대적 배경이었던 인종간의 갈등을 심도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
네요.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것 같고 대중에게 추천도서가 될 수 있었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이 책의 주인공 딧은 어린아이에서 남자라는 독립되고 근사한 이미지로
변신하고픈 소년의 열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10명이나 되는 많은 형제들 둔 부모님은 생활하기에도 벅차서 아이들을
일일이 돌 볼 수 없었지요. 그 점에 대해서는 마지막 부분에 언급되고 있지만 바로 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딧이 그토록
사냥대회에 나가고 싶었던 동기가 되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1917년 남북전쟁은 벌써 끝나고 제 1차 세계대전 중의 미국
남부의 앨라배마 주 마운드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1년 가량 엠마라는 흑인 소녀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여러가지 사건이
당시의 사회적 환경과 연결되면서 각기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간의 갈등으로 빚어지게 됩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옆집 숟가락도 셀 수 있는 사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서로의 많은 것을 아는 이 작은 마을이 마치
미국이라는 큰 사회가 갖고 있던 문제점들을 대표적으로 지적해 주면서 각기 다른 인간 군상의 행동과 말을 통해 대변해
주는듯합니다. 잠시도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흥미진진하고 긴장된 이야기 구성이 이 책은 아주 짜임새있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겨서 이틀동안 저를 꼼짝하지 못하고 책을 읽게 만들었습니다. 재미뿐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에 남을 인간애의
감동과 평등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 또한 이 책이 미국 여러주와 독서협회 등의 추천도서가 되는데 손색이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책이 여러 사람의 관점에서 정말 잘 쓰여져 있어 작가가 누구인가 주의깊게 보았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는 실제 자신의 할아버지가 쓴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해서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행동등이 그들과는 문화가 다를텐데도 제가 살았던 어린시절의 모습이나 만났던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아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어요. 마운드빌의 새로운 우체국장의 딸인 엠마를 만나면서 딧은 자신과는 다른
문화를 체험하게 되고 생각의 변화를 겪게 되죠. 피부와 성별, 취미 등 무엇하나 공통된 점을 찾기 어려웠던 둘은 몇 번의 접촉
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데 딧은 자신의 계획을 어긋나게 하는 엠마에게 화를 내고 그녀에게서 무관심해하지만
무언가 다른 사람이나 생명을 배려하는 것에 물들기 시작합니다. 엠마 또한 딧이 만들어 놓은 토끼 잡는 그물을 걷어내고
독수리를 새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 사냥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딧을 통해 외롭고 드러내기 싫었던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게 되어요.
백인에 대해 믿지 못하는 워커부부나 앨버트, 독 헤일리 아저씨, 짐이런 할아버지의 감정도 사건의 전개와 함께 점차 인간이라는
생명에 대한 깊은 사랑에 융합된다고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대립되는 인물이자 흑인의 인권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무지막지한
힘의 대명사 빅풋 보안관의 등장으로 긴장은 점점 깊어가는데 남북전쟁의 결과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혹은 아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세이 선생님의 변화와 로버트 리 장군을 자신의 삶의 지표로 삼는 위긴스 할아버지의 관점도 작품의 끝까지 정말
김장감을 갖게 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왜 그렇게 딧이 사냥대회에 참석하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할까 생각했는데 딧의
입장에서는 정말 그럴만하네요. ^^ 7월 4일 열리는 사냥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참가비 2달러를 모으는 딧은 읽는 과정 내내
참 독립적인 미국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부럽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이 돈을 대 줄 형편이 안되어서 스스로 벌이를
찾는것일 수도 있겠지만 자기가 원하는 목표에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마련하려는 그 의지를 높이 사고 싶어요.
돈을 벌기 위해 풀리 아주머니의 고양이를 강에 버리는 일을 맡고 돈을 이미 받았지만 결국 어느덧 엠마의 동물 사랑에 동화된
딧은 그 고양이를 차마 떠내려 가게 하지 못하고 다시 건져 올려주죠. 사람은 이렇게 자신과 다른 문화와의 마찰과 충돌에
의해 상대를 받아들이게 되고 그 생각을 존중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책을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하여 지식이 많았던 엠마 또한 에그헤드라고 놀림 받지만 정작 가슴에 잘난척 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픔과 외로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 아이도 점차 활동적이고 운동을 잘하는 딧에게 동화되어 용기를 얻어 무서운 사건에
뛰어 들면서도 냉철함을 잃지않고 용기를 갖게된 것은 아닐까요? 빅풋 보안관과 독헤일리가 같은 아버지에게서 난 다른 인종
이라는 것에서 저 또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일은 영화 뿌리에서처럼 흑인 여성을 함부로 대하고 잠자리를 하는가 하면
그 자녀를 다시 노예로 삼았던 백인들의 잔인함이 일반화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 대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자만을 드러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뿌리'라는 영화.. 저도 참 감동적으로 보았는데 특히 치킨조지라고 불리는 흑인 청년의 쾌활하고 긍정적인 미소가
아주 인상적으로 남아 있어요. 그 영화를 보는 듯한 이 소설.... 참으로 많은 부분에서 감동을 주었습니다.
딧이 칩, 버스터과 어울리던 그저 동네의 장난꾸러기 아이에서 사람이 사는 일에 무엇이 중요한 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가에
항상 신경써야 하는 어른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에서 엠마라는 새로운 문명과 만나면서 이루어내는 내면의 성장.........
그 둘이 독.헤일리라는 흑인을 돕기 위해 엄청난 계획과 그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
그것은 어른들과는 달리 단순하고 순수할 수 있었던 것이었던것 같네요.
다시 보스톤으로 돌아가는 엠마, 그 장난꾸러기 아이같았던 버스터의 죽음, 마을을 위협하는 듯한 거대한 바위 같았던 빅풋
보안관의 죽음, 더이상 공공연한 손해를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많은 상처가 있는 마운드빌을 떠나야 하는 앨버트,
여전히 리 장군의 환상에 쫓겨 사는 위긴스 할아버지, 감옥 열쇠에 관한 은밀한 거래를 눈치챈 칩과의 비밀, 풀리 아주머니의
가슴아픈 고백, 그리고 더이상 사냥대회가 의미없게 된 결코 아이가 아닌 용기있는 소년의 장성한 모습을 보여 준
해리 오티스 심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작은 마운드빌이 바로 우리 동네가 아닌가 할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시대의 등불이 되어 주는 책.... 그 책의 위력으로 '안녕, 엠마' 는 미국의 여러 소년과 소녀들 그리고 다른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 주는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총에 맞은 빅풋 보안관을 떠올리며 인생 무상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풀리 아주머니가 말한 몇 줄 안되는 글에서 깊은 모성애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무척 아쉽네요.
" 빅풋이 어렸을 때, 그 애 아버지가 농장에서 돌아와 신발을 벗어 놓으면 그러면 어린 가브리엘은 ...........
그 때는 그 애를 그 이름으로 불렀지. 어린 가브리엘은 아빠가 벗어 놓은 신발은 신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면서 말했지. '엄마, 나 좀 봐. 내 발 정말 크지?"
풀리 부인이 추억을 회상하며 웃음 지었다.
이 부분 읽을 때 저도 가슴이 아팠어요. 자녀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엄마는 그 아이가 잘 되기를 누구나 바랄테니깐요.
선하고 사랑스러운 가브리엘이 빅풋이라는 난폭한 자로 클 수 밖에 없었던 가정적인 배경도 정말 마음 아프네요.
자연에 대한, 인간에 대한, 시간에 대한 골고루의 애정을 듬뿍 담고 있는 흥미 진진하고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책..
찰리북에서 나온 '안녕, 엠마'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독후 활동으로 새총을 만들어 주었더니 아주 좋아하네요.


이 책에 시골 정서를 드러내는 단어도 많아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습니다.

독서할 때 휘갈려 쓰더라도 메모하면 훨씬 잘 이해 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