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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까봐 ㅣ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평점 :
노란 표지의 책 겉장에 그려진 커다란 병에는 빨간 무엇이 담겨져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심장이었어요. 심장, 가슴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에 마음이 생성되는 곳으로
인식되었었다고 하네요. 현대는 의학기술로 마음이라는 것이 뇌라는 기관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을 다루는 곳, 전두엽의
편도체 라고 증명되고 있지만요... 여하튼 희노애락애오욕 이 마음을 느끼는 것에 대한 관심은 참 여러 사람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네요.
아름다운 사람들 <마음이 아플까봐> 이 책의 앞부분에는 유추하건데 할아버지와 참으로 따스하고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낸 한 소녀가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느날 늘 앉아 계셔서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사랑해 주시던 의자의
주인에 대한 존재의 부재로 인한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만났던
세상의 전부였던 소중한 사람으로 각인되는 어린시절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죠. 예전 동물학자 로렌츠가 쓴 책
오리들과 함께 한 날들의 이야기에서 읽은 얘기가 생각나는데 그 책을 읽는동안 처음 알에서 깨어나 움직이는 사물을
따르게되도록 각인되는 오리들의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면서도 자기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치고 넘어지고하면서도
기필코 로렌츠를 따라가려는 그 오리들에게서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며 뭉클해 졌답니다.
자기 자신의 몸은 생각지도 않고 자기를 사랑한 대상, 자기에게 깊이 인식된 커다란 사랑의
대상을 죽도록 쫗아가는 모습에 눈물이 글썽해지기까지 했어요.
마음은 때때로 몸을 생각지도 않고 이성적인 사고를 마미시키는 듯한 격정적인 힘이 되어 우리의 시간을 끌어 당기죠.
그래서 사람이 노화되어 기억력이 쇠퇴해지겠지만 자신의 생에 일어났던 소중한 기억들을 잊지 않고 뇌의 특별한 부분에서
끄집어 내는것 같습니다. 마음이라는 얘기를 하자면 사실.. 길죠..
저도 이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어떤 생각들을 각자 하는 지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 소녀는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곳으로 혼자만 떠나 버린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 들일 수 없어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병에 넣어 두게 됩니다. 비슷한 경험해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외면하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늘 옆에서 지켜보셨던 부모님, 절친했던 친구, 사랑했던 연인들에게 이런 모습은 절대
낯설지 않을것 있을것 같군요. 그냥... 한 예로... 저도 예전에 첫사랑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좋아했던 어떤 분이 계셨는데
나중에 제 감정을 그 분에게 고백했는데 정중한 거절을 받았어요. 그 후로 이성에 대한 감정 표현은 절대 하지 못하게 되었
는데 이유는 거절받은 상처에 대한 방어막이었습니다. 너무 감정적이지 말것, 감정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정이 없어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스스로 감정에 대해 자물쇠를 채우며 되뇌이고 하다가 그것도 잘 안되어서
이런 상상을 수없이 했어요. 제가 감정이라는 보따리를 보물선 안에 있는 두꺼운 금궤에 넣고 자물쇠를 잠근 후 태평양
한 가운데 버려서 결코 아무도 그것을 찾지 못하고 다시 나에게 오지도 않을 것이라는.....
한번으로는 안 되서 기억이 조금이라도 떠오를 때마다 그런 상상을 하며 눈을 감았었죠...
소녀는 할어버지와 함께 했던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으로 인해 마음껏 자유로움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을 수 있었고
자신을 무조건 사랑해지고 감싸주는 그 든든한 품 속에서 자신감있게 꿈을 꾸며 두려워하지 않았죠.
하지만 소녀가 마음을 병에 넣고 나자 이상하게도 그토록 다채롭게 보였던 세상이 재미없어지고 호기심도 사라지고
맙니다. 상처 받지 않으려는 소녀의 방어막은 세상과의 소통도 두껍게 만들었어요.
소녀는 점차 자라났는데 자기 안을 채워주던 세상 온갖 것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이제 남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건조한 마음에 슬픔을 느낀 이 소녀에게 있어 할아버지와의 아름다왔던 기억만큼 어린시절 자신의 활기넘치던
모습이 떠올랐을꺼예요. 시간은 소녀에게 좀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한 거겠죠.
소녀는 이제 자신의 마음을 다시 되찾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그녀는 여려서 다시 상처입을 수도 있는 마음을 꺼낼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우리 마음의 한 부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우리 큰아이와 대화하면서 놀란 것인데 아이가 행복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의 입에서
외롭다, 그립다, 슬프다. 이런 예상치 못한 말들이 나오더라구요. 저도 너무 당황해서 더 대화를 했다가는
아이에게 어두운 그늘을 오히려 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 서둘러 다른 주제로 넘아갔어요.
우리 아이 그동안 얘기하지 않았던 내용인데 처음 다녔던 어린이집에 첫날부터 아이를 반겨주고 손 잡아 준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황지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많이 도와주고 알려 주어서
화장실 갈 때, 식사할 때, 어디 다닐 때도 항상 손 잡고 다닌다고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었지요.
그런데 7개월 즈음 때에 다른 어린이집으로 보냈어요. 물론 아이도 다른 곳에 다니고 싶다고 동의 했었고요..
지영이의 이름을 말한 적이 그동안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지영이가 생각난다면서 그립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외롭데요... 아이고...
이걸 어떻게 대답해 줘야하나 몰라서 저는 일단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행복하다고 말했죠.
그리고 함께 감사하는 2011년을 보내자는 의미에서 커다란 통을 '감사하는 마음통' 이라고 이름 붙이고
2010년 한 해 동안 감사했던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작은 통에는 우리의 마음에는
수많은 감정이 있다는 걸 하나 하나 적으면서 읽어 주었죠. 아이에게 좋은 감정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에서 저도 아이를 좀 크게 그리고 넓은 마음으로 보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아직 어떻게 감정에 대해 다루어 주는게 좋을 지는 몰라서 일단 뚜껑을 덮고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다양한 감정을 수용하고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해 봐야될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의 마음에 관한 부분은 참 미묘하고 어려운 것 같네요.










마음에 대해 우리 아이가 어떤 마음을 적어야 하는 지 알려 주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표현들을 하더라구요. < 졸리는 마음> < 장난치고 싶은 마음> < 책 읽고 싶은 마음> < 레고블럭 만드는 마음>
^^ 그 때 밤 늦은 시간이었는데 하는 말이 " 엄마.. 자꾸만 나는 졸리는 마음이 생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