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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 TV로도 쇼핑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라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구매'가 돈과 물건을 교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 것 같다.
작가 헬렌 한프가 실제로 중고 서점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묶어 출간한 이 책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구매와 판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원하던 책을 소유하게 된 게 너무 기뻐
서점 사람들에게 각종 음식까지 보내며 감사를 표현하는 고객.
고객의 때론 투정섞인 편지에조차 공손하고 성실하게 대응하면서
고객의 어떤 책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학식 깊은 중고서적 판매자.
그들의 편지를 보고 있자면 구매란 단순히 돈이 오고가는 행위가 아니고
직업 역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이 준 돈인지도 모를 돈을 벌어서,
그 돈을 어떤 사람들한테 지불하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단지 물건이 손에 들어오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돈이 오고가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게 감사받고, 사람에게 감사하는 기쁨을 누리기 때문에
구매라는 행위에 의미가 있고,
그래서 직업도 있고, 인생도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