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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과 로퍼 1 - 시프트코믹스
타카마츠 미사키 지음, 신혜선 옮김 / YNK MEDIA(만화) / 2022년 11월
평점 :
고등학생 때까지는 어른들에게 '연애는 생각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에 가니 '연애는 생각 말고 취업 준비나 열심히 하라'는 얘길 들었다.
그래서인지 자유연애는 순정만화나 하이틴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은 환상 속 이야기로만 여겨졌고
만화나 드라마 속에서 성적이나 진로 고민보다도 연애를 우선시하는 학생들이 신기하게만 여겨졌다.
그래서 첫 장부터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느라 연애 생각은 할 시간이 없는 주인공 미츠미에게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이 만화를 접했을 때 미츠미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우등생이고 장래 관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창시절에 본 만화 <그 남자! 그 여자!>의 주인공 유키노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유키노는 완벽한 우등생을 연기하는 데 취해있는 자칭 허영의 여왕(그 점이 귀엽지만!)이었다면
미츠미는 막 도쿄에 상경해서 입학 첫날부터 실수를 연발하는, 완벽과 허영과는 거리가 먼
수수한 느낌의 여고생이라 더욱 나처럼 여겨지고 감정이입이 되었다.
물론 첫날부터 잘생긴 남학생의 도움을 받는 등, 로맨스의 예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1권을 보건대 미츠미는 도쿄에서 처음으로 접한 다양한 친구들과 새로운 문화에
눈을 반짝이며 즐거워하느라 연애 생각을 할 시간은 전혀 없어 보인다.
학창시절의 기억이 흐릿해진지 오래인 내게도 '처음'의 설렘을 떠올리게 하는 만화.
인생에 더 이상 새로운 게 없다, 두근거리는 게 없다고 불평하던 내게도
미츠미처럼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두근거림이 있었지, 그런 감정을 한번이라도 더 느껴보고 싶다,
몇번이라도 더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만화라서 좋다.
표지 속, 벚꽃 아래서 새 로퍼를 신고 즐겁게 스킵하는 미츠미의 익살스런 표정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