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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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를 읽고 엄청나게 우울한 소설을 쓰는 작가인 줄만 알았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은 이렇게 내 마음 속 '귀여운 에세이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될 줄이야...

전혀 웃기는 작가라고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더 웃긴 건지~

웃기려고 애를 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이리 웃긴 건지~

'단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미친듯이 초콜릿을 먹고 싶어진다'든지,

'때로는 쿨하게 버찌 씨를 뱉으며 남자다움을 과시해 본다'든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미학이 숨어 있는 하루키의 일상, 읽고 있자면 자꾸 탐이 난다!

그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이건 정말 내 일기였으면 좋겠다' 싶다.

하루키처럼 아무리 소소한 일상이라도 날카롭게 통찰하는 독창적인 시각이 있다면,

그래서 이렇게 난초처럼 은은한 향을 내뿜는 에세이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

하루키는 글이란 주먹밥과 같아서 사실은 굉장히 단순한 원리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주먹밥을 '쥐는' 방법이다.

 

주먹밥으로 말하자면 엄선한 쌀로 정성껏 지어서 적당한 힘을 주어 간결하게 꽉 쥔다.

그런 식으로 만든 주먹밥은 누가 먹어도 맛있다.

글도 마찬가지여서 그것을 제대로 '쥐기'만 하면, 거기에 담겨 있는 마음은

성별이나 연령의 차를 넘어 비교적 쉬이 전해지는 게 아닐까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본문 182page

 

누구나 간단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주먹밥이지만, 밥알을 쥐는 방법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누구나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람의 시각 역시 경험과 지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게도 그렇게 특별한, 나만의 시각이 있다고 믿어보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하루키 에세이가 지닌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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