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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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정치범 발렌틴과 동성애자 몰리나.
같은 감방에 수감된 두 사람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눈다.
동성애자인 몰리나는 낭만주의자이다. 그는 영화를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본 감명깊은 영화들의 내용을 발렌틴에게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는데,
발렌틴은 몰리나에게 달콤한 꿈을 꾸지 말고, 정치적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정치와 예술은 극과 극이라는데, 발렌틴과 몰리나의 성격이 딱 그렇다. 
가치관이 다른 두 남자의 대화가 영화 이야기와 함께 흥미롭게 전개된다.


몰리나는 발렌틴을 구슬려 게릴라들의 처소를 알아내는 임무를 맡은, 이른바 스파이다.
하지만 몰리나는 감방생활동안 그만 발렌틴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다.
발렌틴 역시 몰리나의 지극한 간호와 따스한 인간적 관심에 감동받아 그를 사랑하게 되고,
몰리나와 육체적 교감을 하기까지에 이른다.
몰리나는 좌파를 처단하는 고위층으로부터 발렌틴을 지키려다 죽임당하고, 
발렌틴은 고문을 받으며 죽어간다. 몰리나를 ’거미여인’으로 추억하며...
결국 어떤 정치적 이념 싸움도, 인간적인 관심과 사랑 앞에서는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차갑던 발렌틴이, 자신의 병을 정성스레 치료해준 몰리나에게 맘을 열게 되는 것을 본다면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작가의 서술이 하나도 없다. 인물들의 대사와 보고서, 진술 만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몰리나라는 보통사람의 진술을 통해 독자는 여섯 편 가량의 영화를 ’읽게’된다.
그의 영화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시킨다.
타 도서의 지리한 묘사와 서술보다도 더욱 간결한 방법으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만들어내다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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