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인간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준다 -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포스트맨(우편배달부)이랑 별로 상관이 없는 내용이라서...
왜 우편배달부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건가? 싶었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두 번의 범죄를 저지른 주인공 프랭크와 콜라가 
두 번 속죄할 기회를 얻지만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방랑벽이 있는 남자 프랭크.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어떤 음식점에 들어가게 되는데...
뚱뚱한 그리스인과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며 살고 있던 미모의 아내 콜라.
콜라와 사랑에 빠져버린 프랭크는 그리스인을 죽이고 콜라와 도망갈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첫번째 살인 계획은 그리스인이 상처를 입고도 무사해서 수포로 돌아가고,
콜라와 프랭크는 교통사고를 위장한 두 번째 살인 계획을 세우는데...
그리스인을 죽이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그리스인이 죽으면 콜라가 받게 될 막대한 보험금 때문에
죄를 추궁받는 콜라와 프랭크. 프랭크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두 명은 무죄로 처리되게 된다.
그러나 풀려난 두 사람에게 그들의 자백서를 미끼로 협박하는 무리들이 나타나고...
콜라와 프랭크는 더 이상 자신들이 벗어난 범죄의 그늘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여긴다.
폭력과 돈 문제로 사랑은 퇴색되어 버렸지만, 무엇보다도 강한 죄의식은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든다.
프랭크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콜라는 죽게 되고,
프랭크는 그리스인과 콜라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마치 영화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이다.
황폐한 저급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찌든 권태를 지닌 미모의 여인 콜라.
당구 도박으로 돈을 버는 무직의 방랑남 프랭크. 
그들을 중심으로 섹스, 폭력, 배신, 돈에 얽혀드는 온갖 인간군상들을 볼 수 있다.
임신한 콜라와 프랭크가 물 속에 들어가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모든 죄를 씻어버리고 새로운 생명과 함께 새 출발을 하고 싶었던 두 사람의 마음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신은 인간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준다.
프랭크와 콜라는 처음 살인에 실패했을 때 살인하는 걸 포기했어야 했다.
신이 속죄할 기회를 주는데도 계속해서 손을 더럽혀만 가는 프랭크와 콜라가 안쓰러웠다.
신이 인간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는 이유는,
한 번 죄를 저지른 인간에겐 속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용서를 내릴 수 있지만
속죄하지 않고 계속 죄를 저지르는 인간에게는 처벌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