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츠마 이야기 - 양키 소녀와 로리타 소녀
타케모토 노바라 지음, 기린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시모츠마 이야기>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양키 패션도, 로리타 패션도 모두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패션이라서
그 이미지가 책을 덮은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하늘하늘 레이스가 달린 로리타 패션을 입고 다니는 소녀 모모코와
보기에도 살벌한 깡패 옷을 입고 다니는 소녀 이치고는,
자신이 고집하는 옷차림 때문에 남들에게 항상 손가락질을 당한다.
남들에게 소외당하기 일쑤인 두 소녀는
그럼에도 절대 자신이 멋지다고 여기는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고독했던 두 소녀는 서로를 만나 진정한 우정을 찾게 된다.
너무나도 특이해서 고독했던 두 소녀였기에,
서로의 존재를 무엇보다도 편안하게 여겼던 것이다.
거짓된 모습을 꾸미지 않고, 자신이 있고 싶은 모습으로 함께 있어도 너무나 편한 친구사이.
그것이 바로 모모코와 이치고이다.

내 인생의 신조는 ’언제나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만큼의 여유를 남겨놓자’였는데,
의도는 좋았지만 그게 점점 ’자기주장을 하지 말고 남 얘기만 따르자’로 변질되었다.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난 단지, 남의 의견에 쉽게 좌지우지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왕따를 당해도 개의치 않고 로리타의 길을 걷는 모모코와
남들이 손가락질해도 개의치 않고 자신이 멋있다고 여긴
양키의 길을 가는 이치고가 멋있어 보였다.

이 책을 보고
'맘에도 없는 우정을 가장하면서까지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나,
아님 자신을 속여가면서까지 만나야 하는 거짓된 인간관계라면  
차라리 사귀지를 말아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솔직한 모습으로 다른 이들과 교제해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최고이겠지만,
이게 쉽지가 않잖은가.
친구들과 얘기할 때 말문이 막히고, 할 말도 별로 생각이 안 나는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럴 때 진정한 친구란 뭔가를 의심해보게 된다.
결국 이것도 '친한 척'이 아닌가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우정을 갈구하고, 친한 척을 하는가?
아마도 사람은 함께 모여 웃고 떠드는 사람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인가 보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인 이익과는 전혀 상관없이 '정'에 이끌려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좀 더 많은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는 바로 그런 데에 있는 게 아닐까?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나로 인해 누군가가 웃는 그 순간이다.
<시모츠마 이야기>, 이 책을 보고
나도 같이 있어 편안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내 주위에 웃는 얼굴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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