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두 살의 해피 엔딩 ㅣ 우리학교 주니어 소설
이필원 지음, 안유진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8월
평점 :
동화 책을 읽다 보면 어른의 눈으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큰 사건일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는 일도 그렇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일도 그렇고, 친구와 처음으로 먼 곳으로 함께 가는 일도 그렇습니다.
'열두 살의 해피 엔딩은' 그런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마음의 순간들을 담은 책입니다.
친구와 웃고, 좋아하는 사람 대문에 설레고, 때로는 속상해하고, 떠나간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여섯 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아이들의 마음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서울행 광역버스에 올라탄
세 친구의 중고거래 도전기
좋아하는 6학년 오빠에게 줄 선물을 구하기 위해 예은이 서울에 가겠다고 하자 수지와 소라도 함께 나섭니다.
친구 셋이 중고거래를 위해 서울행 광역버스를 타고 떠나는 모습은 흥미진진합니다.
생각만 해도 조금은 들뜨고 긴장되는 여행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읽어 가면서 그 모습은 어른들이 계획한 여행과는 역시 달랐습니다.
무언가를 사고,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 같지만 막상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좋지만 친구와 같이 버스를 타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웃었던 하루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팬레터 한 장이 만들어 준
뜻밖의 우정
어느 날 서랍에서 발견한 팬레터 한 장.
내가 쓴 글이 '해피'하지 않아서 좋다며 다가온 소문난 싸움꾼 유명한
처음에는 서로 잘 알지 못했던 두 아이가 글을 통해 조금씩 연결됩니다.
특히 명한이는 독자로 머무르지 않고 직접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 그리고 글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를 만나게 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일 것 같습니다.
두 아이가 만들어가는 관계가 거창하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읽으면서 피식 웃게 되는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꼭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기에 웃고 장난치고 조금 삐딱하게 굴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그런 자연스러운 관계의 변화가 좋았습니다.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책을 읽고 가장 오래 생각났던 이야기는 '언니가 돌아왔다'였습니다.
사랑하는 언니를 갑자기 잃은 종서에게 어느 날 언니가 나타납니다.
떠나보낸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아이의 시선에서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특히 손녀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화장실 갈 때도 전화기를 놓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어른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이에게는 가족을 생각해 보는, 어른에게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한 번 더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도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제목 때문에 아이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생각했습니다.
책에는 좋아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도 있지만 친구와 함께하는 즐거움도 있고, 글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있었고 가족을 떠나보낸 뒤 남겨진 사람의 그리움도 있었습니다.
결국 책은 '사랑'이라는 한 가지 감정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게 생겨나는 여러 가지 마음을 담았구나 생각했습니다.
서툰 아이들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서툴러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괜히 용감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하나씩 지나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게 성장하고 자신들의 마음도 들여다볼 것입니다.
책은 해피 엔딩이 꼭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좋아해 본 기억, 친구와 함께 웃었던 시간, 누군가를 소중하게 생각했던 마음 등 그 자체가 이미 해피 엔딩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의 풋풋한 마음을 만나고 싶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열두 살의 해피엔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