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빛날 수 있을까
이지은 지음, 박은미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평점 :
이야기의 배경은 인도의 황금빛 도시 자이살메르입니다.
여덟 살 빅키는 호텔에서 인도식 차이를 만들며 손님들에게 나르고, 티티는 식다에서 설거지와 청소를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두 아이는 더 나쁜 환경에서 어렵게 도망쳐 왔지만, 여전히 노동과 폭력 속에서 살아갑니다.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도시를 찾아오지만, 빅키와 티티에게 이곳은 여행지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을 내여 일하는 삶의 터전일 뿐입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웃으며 지나가는 또래 아이들을 바라보던 비키는 그 아이들과 자신들이 무엇이 다른지 묻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티티는 다시 이 도시를 떠나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약속합니다.
"너는 인도에서 가장 맛있는 차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구두를 잘 닦는 사람이 되자고 약속합니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빅키와 티티는 작은 꿈과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반짝이는 풍경보다 더 오래 남은 그림
황금빛 호텔, 반짝이는 바닥, 화려한 문고리와 보석 같은 풍경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그 빛은 빅키와 티티의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그저 그 반짝임을 몰래 훔쳐볼 뿐, 마음껏 밟지도 만지지도 못합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누군가는 여행을 즐기고, 누군가는 그 여행을 위해 하루 종일 일합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현실을 한 장면 안에 담아, 독자가 자연스럽게 빅키와 티티의 마음을 따라가게 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표정과 눈빛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의 하루가 얼마나 무거운지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가난 자체보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실컷 웃고, 내일을 꾸꾸는 시간 이 당연한 일상이 빅키와 티티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우리 웃음소리를 기억하지 못한다"라는 문장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자연스러워야 할 웃음이 사라졌다는 것은 책이 전하는 가장 슬픈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빛날 수 있을까'는 단순히 아동 노동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아이답게 살아갈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책을 읽고 오래전 여행에서 만났던 아이들도 떠올랐습니다.
길에서 물건을 팔던 아이들, 식당에서 개딱지를 까 주며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던 아이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왜 이곳에서 일하고 있을까'
어렴풋이 그 이유를 짐작하면서도, 결국 그 모습을 여행지의 풍경 중 하나로만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빛날 수 있을까'를 읽고 나니 그때 스쳐 지나갔던 아이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들도 빅키와 티티처럼 웃고, 배우고, 마음껏 꿈꾸고 싶은 평범한 아이들이었을지 모릅니다.
책은 오래전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꺼내 보게 했습니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웃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이야기하는 평범한 하루.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야만 하는 꿈일 수도 있습니다.
'빛날 수 있을까'는 그 사실을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전해 주는 그림책입니다.
안타깝고 슬픔만 남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빅키와 티티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빅키와 티티가 '빛날 수 있을까'를 묻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