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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나
유은실 지음, 이소영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5년 6월
평점 :
전쟁과 나
이야기는 집 안에 나타난 불개미에서 시작됩니다.
불개미를 본 할머니는 어린 시절 직접 겪었던 전쟁을 떠올립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아홉 살 손주 온은 점점 전쟁을 상상하게 됩니다.
'정말 전쟁이 나면 어떻하지?'
'할아버지는 휠체어를 타시는데 함께 피난 갈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은 모두 무사할까?'
온은 동네 사람들에게 할아버지도 함께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지만, 모두 각자의 이유로 거절합니다.
친구도, 이웃도, 마트 사장님도 쉽게 '함께 가자'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온은 불안해지고 문득 자신이 그동안 했던 사소한 잘못들이 떠오릅니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온이가 동네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모습입니다.
"우리 할아버지도 함께 데려다 주세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거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안타깝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 속 그 사람들도 자신의 가족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를 쉽게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전쟁은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기보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선택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전쟁 나면 기름을 못사. 차는 소용없어.'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전쟁이 우리의 이상을 얼마나 순식간에 바꿔 놓을 수 있는지 실감하게 했습니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그런 것들은 너무나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을 지켜 주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
이 책은 평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런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온은 전쟁을 상상하면서 자신이 했던 행동들을 떠올립니다.
친구를 흉본 일.
고자질했던 일.
괜히 미워했던 일.
그리고 '착하게 살걸' 하고 후회합니다.
이 장면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전쟁은 건물만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연하게 지켜 왔던 질서와 배려, 믿음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아이의 마음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짧은 장면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은 글만 읽어서는 이야기를 다 담기지 않는 그림책이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림이 온이의 불안과 두려움음 차근차근 이어 줍니다.
특히 전쟁을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글보다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너진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긴 설명이 없어도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온이의 작은 표정과 몸짓에서는 가족을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글은 전쟁을 이야기하고, 그림은 감정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천천히 감상하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전쟁과 나'는 전쟁의 위험성을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전쟁은 뉴스 속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온이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합니다.
AI와 첨단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지만, '전쟁 나면 기름을 못사. 차는 소용없어."라는 짧은 한마디는 전쟁 앞에서는 그 모든 편리함도 무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책은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작가는 전쟁을 막는 것은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걱정하고, 가족을 지키며, 평화를 선택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전쟁의 위험성을 자연스럽게 알려 주고, 어른들에게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