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뱀파이어 문학동네 청소년 80
최상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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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청소년 문학은 이상하게도 어른이 된 뒤 더 깊게 읽히는 장르인 것 같다. 그 시절에만 할 수 있었던 고민과 걱정은 지나고 나서야 그 순수함과 치열함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래서인지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때면 잊고 지냈던 마음을 다시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어른인 나에게도 필요한 위로를 가장 솔직한 방식으로 건네는 것이 청소년 문학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읽은 『내성적인 뱀파이어』에는 기묘하면서도 따뜻한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품들은 관계와 편견, 외로움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지만, 이를 동물, 특히 고양이라는 존재를 통해 풀어내기에 지나치게 무겁거나 답답하지 않다. 부담 없이 읽히면서도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와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감정을 소모하게 만드는 사람과 상황을 '실리카겔'에 빗댄 표현이었다. 곁에 있을수록 마음의 수분을 빼앗아 가는 사람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관계를 지나왔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반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는 단 한 사람은 메말랐던 마음에도 다시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사실을, 500년 만에 행복을 알게 된 뱀파이어의 이야기가 조용히 일깨워 주었다.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나도 괜찮다"는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책을 덮고 나서는 나를 지치게 했던 관계보다, 나를 웃게 했던 사람들이 먼저 떠올랐다. 이별과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과 마음, 그리고 사랑할 무언가를 다시 만나며 조금씩 옅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한 권의 판타지 소설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미지근해졌던 마음을 다시 데워 준 다정한 위로였다. 500년을 살아온 뱀파이어의 이야기였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인간적인 위로를 건네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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