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이관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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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마을인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거기다 플러스 알파. 대서양의 끝마을인 피에스테라까지 도보로 여행한

소심쟁이 중년아재의 35일, 900km 의 이야기.

생애 처음 경험해 보는 16명의 남녀 구분 없는 숙소에
물건은 왜 그리 자주 잃어버리는지..
한 줄 한 줄 읽으며 '어쩌지..' 싶다가도

확실히 연륜은 어디 가지 않는지 혼자서 척척 해결해 가며,
또 본인은 '소심쟁이'라고 표현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사귀고 이끌며 지냈던 35일은
과연, 여행 후 오랜 시간이 지금까지도 작가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을까?



"순례길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모든 것이 낯설고, 매일매일이 새롭다.
처음 가보는 장소,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먹어보는 요리.
내 인생에서 이렇게 특별한 순간이 또 있을까? (p175) "


같이 또 따로.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함께 걷기도 하고
또 속도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헤어지기도 한다.

또 그렇게 헤어진 사람들은
어느 순간, 같은 알베르게에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고난과 역경.
어찌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우리 삶의 축소판이 아닐지.



오랜 시간을 묵묵히 걷다 보면 생각이 많을 거고,
그래서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걸으며
자기성찰이나 반성을 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책 중간 즈음과, 에필로그를 보면 것도 아닌 것 같다. ㅎㅎ


" 흔히 800km의 긴 거리를 걷고 나면 분명 뭔가
큰 깨달음이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800km를 걸어 보니 결코 그렇지 않다.
대신, 걷는 동안 매일 어디까지 걷고 뭘 먹고
어디서 잘까만 생각하면서, 신기할 정도로
머릿속이 단순해지는 경험은 할 수 있었다. " (에필로그)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있다고 본다.
복잡하고 계산적이고 어지러운 것보다
단순하고, 여유롭고, 지금보다 조금은 더 천천히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라 생각한다.



목표(산티아고)를 향한 노란 화살표.
이 화살표를 따라서 묵묵하게 걷기만 하면 된다.

방향에 대한 확실한 이정표가 있기에
그 화살표 하나만 보고 걸으면 되듯..
삶에도 이런 화살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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