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쯧, 우상은 속도 좋소이다. 주상께서 뱀눈을 뜨고 우리를 보면서 ‘스승님, 스승님‘ 할 때면 나는 가끔 오한이 들더이다. 포사의 눈으로 우리 같은 구태의연한늙은이들을 보는 게 얼마나 짜증 나고 귀찮은 일이겠소이까?"
우의정 김길재는 자신들이 아직 선정전에 있으니 말을 좀 삼가자며 헛기침을 했다. 영의정 조충은 저리 새가슴인 양반이 호란 때 선왕을 뫼시고 남한산성까지 피신은 어찌했느냐며 혀를 찼다. 그러자 닫힌 문을 보며 슬프게 서 있던 좌의정 윤성지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허허 ・・・ 영상 대감, 짜증 나고 귀찮다는 말까지 하시는 건 좀.…."
섭명결은 몸을 돌려 산 아래로 내려갔고 맹요가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한참을 걸었다. 맹요는 고개를 점점 아래로 떨구고 발걸음도 무거워졌다.한참 뒤에야 맹요가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 종주님."
섭명결이 도의 자루를 세게 누르자 맹요가 황급하게 손을 뻗어 막으려고 했지만, 막지 못했다. 도가 이미 칼집에서 튀어나왔고 동굴 앞에 있던 암석이 쾅 하고 내려앉았다석이 무너지는 소리에 안에서 쉬고 있던 수사 수십 명이 깜짝 놀라 일어나며 검을 뽑아 들자 손에 들고 있던 물통이 탁 하고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