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엄지로 찬찬히 쓸어내리며 그는 이마에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나는 그 감촉에 파르르 떨리는 손을 그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품 안으로 숨겼다.
"조금은 각오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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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면서, 정원과 성에 습한 냉기가 돌았다. 간호사인 폼프리 부인은 부쩍 늘어난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감기로 계속 바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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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 정운이가 궁금해진다. 어떤 아이일까? 어떻게 살아온 아이일까? 눈이 마주쳤다. 또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이다.
나는 물어보고 싶은 걸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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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울고불고해도 그땐 늦었어."
눈을 깜빡거리지도 않고 매섭게 노려보았다. 서지우가 하는 말의 의미를 조금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그가 뭘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강했기에 떳떳할 수 있었다. 겁먹은 티를 내고 싶지 않아 나도 사나운 기운을 덧씌웠다.
박채운도 그랬다. 온갖 위협적인 일들을 다 끌어와 나를 협박했다. 서지우도 마찬가지겠지. 그도 결국은 박채운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나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을 테니까. 나를 다시는 못 보는 상황이 그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안다. 겨우 맛본 애정을 제 손으로 놓을 만한 바보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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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대충 그려 낸 그림 한 장. 그게 그에게 어떤 의미일지 안다. 마치 추억처럼 내가 그린 그림에 네가 명암을 선물하고, 선명한 선을 그려 넣었지. 그곳에 그려진 누군가의 얼굴이, 그가 꾹 눌러 참고 있던 모든 것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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