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아이와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런 미련을 남기고 시야가 어두워졌다. 감각은 사라졌지만 반대로 머리는 맑아졌다. 내가 나고 자란 기억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갔다.
"찾았습니다!"잠시 후 그들은 안에서 작은 소년을 끌고 나왔다. 올해 15살이 된 작은 아이. 내가 숲에서 주워 거둔 그는 사슬에 묶인 채 짐승처럼 끌려 나왔다."안 돼…… 데려가지 마."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지난날이 머릿속을 스친다고 들었다. 과연 괴물인 내게도 그런 일이 있을까? 정답은 ‘있다‘였다. 지금 죽음을 앞두고 수많은 기억이 교차하고 있었다. 나는 내 몸에 빼곡히 박힌 창을 내려 봤다.
사연의 내용은 기가 막힐 정도로 막장이었다. 사귀는 2년 동안 남자친구는 몇 개월을 주기로 계속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런데도사연을 보낸 주인공은 그런 남자친구가 좋아 매번 모른 척 넘어갔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자친구에게 정을 떼지 못하는 사연자의 태도에 패널들 모두 답답함을 참지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여자의 행동은 미련 그 자체였다. 만약 민지가 저 사연의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역시 문제는 내게 있는 거겠지. 그에게 생명력을 부여한 것도 나고, 결국 홀려 버린 것도 나니까. 마지못해 사랑을 애써 걷어내고 그를 흘겨봤다. 그러면 시선을 느낀 지우가 열이 오른 볼에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