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아.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네가 처음인데. 이거로는 부족해?""그거 하지, 하지 마라… 아으…….""부족하다면 어쩔 수 없지. 네가 내게 어떤 애틋함을 바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몸을 숙였다. 거절하고자 밀었음에도 묵직한 몸이 나를 짓눌렀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페르닌은 자신의 입술을 내게 문질렀다."네 멋대로 생각하는 건 상관없지만 착각은 하지 마."그의 혀가 내 입술을 쓰다듬다가 떨어졌다.
올려 본 그의 눈은 맑은 호수의 색이었다. 머리칼은 화사한 금실 같았다. 똑같은 색을 지닌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 모두를 좋아하지 않았다. 설령 페르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가 아니라면 필요 없었다."너는 내게 있어서 하나다. 하지만 너는 아니지. 그거야말로 예의가 없는 거야."
그렇게 느꼈을 때는 몸이 좌석 위로 넘겨진 뒤였다."그럼 너는 예의가 있다는 거냐?"나는 그의 어깨를 밀며 물었다. 다칠까 봐 세게 밀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입을 맞대려는 건 막아 냈다."페르닌아, 나는 예의가 뭔지 안다. 그건 상대를 존중해 주는 거야."
도장의 힘은 작동되고 있었으나, 조약 체결을 공포한 후 분노하는 조선 민심의 폭발을 이토는 예상하지못했다. 지체 높은 사대부들이 비통한 글을 남기고 잇달아 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