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신약 -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 The Message 시리즈
유진 피터슨 지음, 김순현 외 옮김, 김영봉 감수 / 복있는사람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킹제임스성경만이 하나님의 계시라고 믿지 않는다. 킹제임스성경이 나오기 전에도 사람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성경의 말씀을 듣거나 읽고(제한적이었겠지만) 구원받았다. 따라서 역본이 중요한 건 알지만 어떤 역본만을 읽어야 한다든지, 혹은 그게 최고라든지 열내지 않고 조금 냉정한 자세를 취하는 편이다. 역본들마다에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아, 물론 이단들이 낸 스터디바이블이나 역본성경에도 장점이 있다고는 생각 않는다. 누가 이런 걸 선물로라도 주거든 슬쩍 휴지통에 넣어야 한다.) 나는 영어역본 "메시지"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단점만을 언급하려고 한다. 첫째, 이 역본은 옆구리가 약간 시린 역본이다. 나 자신의 익숙함의 문제가 분명 개입되어 있지만 "메시지"는 그 자체가 이미 '신학적인 보도'인 성경을 "일상의 언어"로 옮겨야 한다는 (혹시) 강박증 때문에 성서가 전하려는 신학적인 (그야말로) 메시지들이 간혹 증발, 실종되지 않았는가 감히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메시지로 복음서를 읽으며 개인묵상을 하다가, 너무 돌리고 너무 많이 나간 "메시지"의 표현양식들 때문에 본문의 제대로 된 "관찰"조차 어려워지는 경우를 자주 겪다가 다시 옛날부터 보던 성경으로 돌아왔다. 성경은 우리 귀에 들리기도 해야 하지만, 원저자들이 전하려는 뜻과 얼을 똑바로 전달받는 일차적인 미덕이 아주 중요한데, 우리가 아다시피 성서의 저자들은 위상은 다 달랐는지 몰라도 대단한 신학자들에 deep thinker들이었음을 잊어선 안 될 것 같다. 간혹 우리는 '영성'이라는 말을 '현대성' 혹은 '적합성'이라는 말과 똑같은 것으로 여기는데, "메시지"의 출간 결정에 이런 우가 끼였지 않기를 바란다. 두번째, "메시지"는 착한 중간 다리이기는 하지만, 아주 냉정하게 말하면 낭비적인 요소들이 있는 역본이라고 생각한다. 잘라 말해서, 이제 한국에 더 이상 영어역본 성경의 우리말 번역은 필요없다고 본다. 잘 알잖는가? 별다방(스타벅스)에 앉아 있어보라. 멀쩡한 국내산들이 지들끼리도 서스럼없이 영어를 유창하게도 쓴다. 외국에 산다는 내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정확하고 적확한 영어를 구사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거 같다. 여전히 그놈의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도 그 중 한 사람이고....... 이런 분위기에서 왜 영어역본을 우리말로 번역해야 하는가? 얼마든지 원서를 읽을 수 있을 텐데. 이런 기회비용이면 차라리 성서원전을 좀 더 유려하고 진중하고 개념적인 우리말로 옮기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일은 출판사 한 곳에서 할 수 없어 성서공회가 있는 줄로 알고, 성서공회 역시 여러 방면에서 이미 좋은 성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지만...) 아직 번역된 한글 "메시지"를 보지 못했다. 번역자, 감수자들의 뛰어난 면모에도 불구하고, 유진 피터슨이 전하려던 일상의 언어(완전 구어체적인 미국영어)가 글쎄 그 울컥하는 느낌(gut feeling이라 하나?)까지 어떻게 옮겨졌을지 무척 궁금해지는 것도 "메시지"를 도시락 싸다니며 알리고 싶지는 않은 세 번째 이유이다. 작가 김훈이 신학을 한 목사였다면, 그가 한국판 "메시지"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일 텐데, 김훈의 메시지를 영어로 옮겨놓은 메시지라... 조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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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h6 2009-12-0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신 말씀인데요....그런데 저처럼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은 맨날 개역이나 들여 봐야 하나요?

traitor 2009-12-18 07:09   좋아요 0 | URL
아뇨. 표준새번역개정판 보세요. 메시지랑 비슷해요. 어떤 데는 표현이 더 적확하고 뛰어나요. 그리고 영어공부, 열심히 하세요. 전병욱 목사님의 도전정신도 나왔잖아요. 그 도전정신으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