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볶는 냄새가 길 건너편까지 퍼졌다.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지만, 선뜻 가게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가게에는 트레이닝 복 차림의 두 남자가 창가자리에 앉아,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이윽고 한 여자 손님이들어오더니, 맨 끝 자리에 앉아 카페오레를 주문했다. 여자는 노트북을 꺼내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언뜻 보니 이력서인 것 같았다. 나는 주방 쪽 테이블 하나에 그림도구를 늘어놓은 다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밑그림 없이 마커로쓱쓱 칠했다. 트레이닝 팀이 내 그림을 슬쩍 쳐다보더니,
자기들끼리 뭐라고 수군거렸다. 모카 포트에 커피 가루를채워 넣던 주인이 목을 쭉 빼고 내 그림을 들여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