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인간을 얕잡아보았음을 알았다. 임무와 공통의 위험이 그들을 그토록 획일화해놓았어도, 살아 있는 그리고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이 운명의 의지에 훌륭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았다.
많은, 아주 많은 사람이 공격의 순간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단호하고도 먼, 약간의 광기 어린 눈길을 보였다. 목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것을 위한 완전한 헌신을 뜻하는 눈길이었다. 그들이 무엇을 믿고 생각하든 그들은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쓸모가 있었고 그들에게서 미래가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가 전쟁과 영웅, 명예와 다른 낡은 이상들을 고집스레 지향하면 할수록, 언뜻 인간성으로 보이는 것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더욱 멀고도 비현실적으로 들리면 들릴수록, 이 모든 것은 그냥 표면에 지나지 않았다. 전쟁의 외적이고 정치적인 목적들에 대한 질문이 표면에 지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생성되고 있었다. 새로운 인간성이나 뭐 그런 것이. 나는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바로 내 옆에서 죽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증오와 분노, 때려죽이기와 없애버리기가 대상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느낌으로 깨달았다.
아니, 대상이란 목적만큼이나 완전히 우연한 것이었다. 근원적 감정은 가장 사나운 것일지라도 적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근원적 감정의 피비린내 나는 행위는 내면의 표출, 속으로 찢긴 영혼이 겉으로 터져나온 데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찢긴 영혼은 미쳐 날뛰며 죽이고, 파괴하고, 스스로 죽기를 원했다. 새로 태어나기 위하여. 거대한 새가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오고 있었다. 알은 세계이고 세계는 부서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