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카 스미코는 음식에 관해 프라이드가 무척 강한 사람이다. 우선 패스트푸드 먹는 사람을 경멸한다. 이름난 식당에 식사하러 가서도 맛이 시원찮으면 예사로 음식을 남기고 나와버린다. 혼자 먹는 밥상도 대충 차리는 법이 없다. 밤 8시가 넘어귀가하더라도 반드시 국과 세 가지 나물을 곁들여 상을 차린다.

6년 전, 직장을 구할 때 전통 있는 요리학교를 지원했다. 지금은 그곳에서 사무를 보고 있다. 교대로 접수창구에 앉을 때도있다. 새로운 요리법도 많이 배울 수 있고, 맛있는 새 메뉴에 관한 정보도 곧잘 얻어듣는다. 한마디로 스미코에게는 이상적인 직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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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인간을 얕잡아보았음을 알았다. 임무와 공통의 위험이 그들을 그토록 획일화해놓았어도, 살아 있는 그리고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이 운명의 의지에 훌륭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았다.

많은, 아주 많은 사람이 공격의 순간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단호하고도 먼, 약간의 광기 어린 눈길을 보였다. 목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것을 위한 완전한 헌신을 뜻하는 눈길이었다. 그들이 무엇을 믿고 생각하든 그들은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쓸모가 있었고 그들에게서 미래가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가 전쟁과 영웅, 명예와 다른 낡은 이상들을 고집스레 지향하면 할수록, 언뜻 인간성으로 보이는 것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더욱 멀고도 비현실적으로 들리면 들릴수록, 이 모든 것은 그냥 표면에 지나지 않았다. 전쟁의 외적이고 정치적인 목적들에 대한 질문이 표면에 지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생성되고 있었다. 새로운 인간성이나 뭐 그런 것이. 나는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바로 내 옆에서 죽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증오와 분노, 때려죽이기와 없애버리기가 대상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느낌으로 깨달았다.
아니, 대상이란 목적만큼이나 완전히 우연한 것이었다. 근원적 감정은 가장 사나운 것일지라도 적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근원적 감정의 피비린내 나는 행위는 내면의 표출, 속으로 찢긴 영혼이 겉으로 터져나온 데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찢긴 영혼은 미쳐 날뛰며 죽이고, 파괴하고, 스스로 죽기를 원했다. 새로 태어나기 위하여. 거대한 새가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오고 있었다. 알은 세계이고 세계는 부서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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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토리우스는 성급히 소리쳤다.

"당신이 단순히 자신의 내부에 세계를 지니고만 있는지 혹은 그것을플라톤을 연상시키는 사상을 창조해 낼 수도 있을 것이고, 헤른후트파의 학교에 다니는 경건한 어린 학생이 그노시스파나 조로아스터파에 나타난 깊은 신화적인 연관을 독창적으로 생각해 낼 수도 있는 일이기도하오. 그렇지만 그것에 관해 아무것도 의식하지는 않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한에서는 그는 한 그루의 나무나 돌, 기껏해야 짐승과 별다를바가 없소. 그러나 이 인식의 최초의 불꽃이 한 번 번쩍 빛날 때, 그때 바로 인간이 되는 거요. 당신도 역시 저기 거리 위를 걷고 있는 모든 두 발달린 족속들을 단지 똑바로 서서 걸으며, 자식을 열 달 동안 뱃속에 넣고 다닌다는 것만으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요. 그들 중의 얼마나 많은 부류가 단지 물고기나 양, 벌레나 거머리에 불과한지, 얼마나많은 부류가 개미나 벌과 같은 존재에 불과한지 당신도 잘 알 것 아니오. 물론 그들 각자에게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이미 부여되어 있긴 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예감하고 부분적일망정 의식하는 동안에만 그 가능성은 비로소 자기 것이라 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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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나는 이 구절을 여러 번 읽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의심할 여지도 없그것은 데미안에게서 온 답이었다. 그와 나를 빼놓고는 아무도 그 새를 알 리가 없었다. 그가 나의 그림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이해하고 나의 해석을 도와준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연관되있는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괴롭힌 것은 아브락사스라는이름의 정체였다.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한 번도 그런 이름을 들은 적도 읽은 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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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남자보다 자전거 타는 남자가 더멋지다고 생각하고, 뛰는 것보단 걷는 걸 사랑하는 나 같은 여자는 주말이면 한강을 걷거나 수목원에 간다. 특히 일요일에만 개방하는 홍릉수목원은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쉽게 갈 수 있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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