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의 세계에선 푸짐한 밥상, 오렌지 꽃향기, 따뜻한 화덕 같은 사소한 육신의 즐거움이 엄청난 정신의 즐거움으로 변합니다. 조르바는 여자, 먹을 것, 마시는 것, 춤추고 노래하는 것에서 결코 관심을 끊은 적이 없습니다. 책 속에서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위 세계에 함몰된 그 소박하고 단순한 모습, 모든 것(여자, 빵, 물, 고기, 잠)이 유쾌하게 육화하여 조르바가 된 데 탄복했다."
빵 더하기 물 더하기 포도주 더하기 노동 더하기, 하여간 이런 것을 막 섞었더니 조르바가 나온 겁니다. 저는 또 한 번 깜짝놀랐습니다. 왜냐하면 화학작용이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밀가루 더하기 베이킹 파우더 더하기 계란을 했더니 케이크가되는 화학작용 말고 잠 더하기 밥 더하기 일을 했더니 내가 되는화학작용 말입니다.
거의 비슷하게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뉴스를 읽고 이야기를나누는데 어떻게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인 걸까요? 어떻게 나는 내가 되고 너는 너가 되었을까요? 이것보다 더 신비로운 화학작용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개구리 뒷다리나 뱀 혀 같은 걸 막 섞어수프를 끓여서 이상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마녀들이나 하는 짓아닙니까? 『맥베스』에서도 수프를 끓여서 뭔가 만들어 내는 건음산한 마녀들의 일이지 인간의 일이 아니잖습니까? 저는 인간을인간으로 만드는 화학작용에 대해서 최초로 알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