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되는 첨단도시의 이미지와는 대척점에 위치한, 마치 수백 년 동안시간이 그대로 고여 있는 듯 오랜 연못 같은 야네센은, 그 덕에 도쿄의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를 품고 있다. 내가 도쿄에올 때마다 빼먹지 않고 이곳을 찾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공간이 가지는 아우라는 당연히 그곳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영향을 끼친다. 적절치 못한 예가 되겠지만 반지하방에서 오래 지내면 성격이 음울해진다거나, 오랜 시간 방치된 폐가에서 종종 설명하기 힘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처럼, 시간을 머금은 공간은 자기만의방식으로 속해 있는 것들을 아우르는 법이다. 특히 산 자와 죽은 자가 동거하는 공간이라면 그 힘이 더 대단할 것임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도쿄에서 가장 많은 절들이 모여 있고 아울러 가장 방대한 규모의 묘지군群이 있는 곳이 바로 야네센이니, 달리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는 공간 속에서 영靈들과 어울려 사는 이들은 확실히 어딘가 다른 느낌을 준다.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듯 차분하면서도 결코 균형을 잃지 않는 여유로움, 처음 대하는이로 하여금 긴장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도 어쩐지 긴장의 끈을 놓을수 없게 하는 묘한 구석이 내가 만난 이곳 사람들의 인상이다. 물론이노우에 씨처럼 지나치게 유쾌한 성격도 있지만 말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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