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몽환도 스마트소설 한국작가선 1
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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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몽환도 Night picture of rain sound,

주수자 지음, 문학나무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신앙서적, 자기계발서, 인문학, 건강관련 서적 등을 주로 읽고, 소설은 정말 오래간만에 읽었습니다. 10대 때에만 해도 수필이나 소설을 참 좋아했었는데, 감성이 메말라가서인지 아니면 사느라 바빠서 실용서를 더 많이 읽게 되면서 부터인지 소설을 안 읽은지 정말 오래 되었습니다. 선물로 받은 "빗소리 몽환도"는 스마트소설 한국작가선 1편이라고 합니다. 웹툰으로 된 이야기를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만든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사실 스마트소설이라는 장르는 처음 접해 보았습니다. 스마트소설이라고 해서 모바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가 했는데, 하드커버에 너무나 고급스러운 삽화까지 있어서 뭔가 새로운 느낌, 설레이는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주수자님은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였고, 22년을 프랑스, 스위스, 미국에서 살다가 1998년에 영구 귀국해서 한국에서 살고 있고, 2001년에 한국소설로 등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서양화가인 장선순 화백의 삽화를 넣어 책을 더 고급스럽게 만든 듯 합니다.

160페이지 남짓 되는 책이지만 무려 17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소설 속에 있는 소제목인가 했었는데, 각 소설과의 연계성이 없는 17가지의 단편소설입니다. <빗소리 몽환도>를 읽으면서 글의 전개가 매우 독특하다 싶었습니다. 마치 대학로에서 가끔 실험적으로 올리는 난해하지만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연극들이 떠 올랐습니다. 실제로 주수자님의 소설은 연극으로도 올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쨌던 빠른 전개와 난해한 문장으로 인해 몇 번을 읽고 또 읽어야했기에 짧은 소설이지만 한참을 반복해서 읽어야 했습니다. 제가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스마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결과가 한 눈에 보일 정도로 뻔한 내용들을 담은 가벼운 내용들의 글이 많고, 작가의 짧은 지식이 너무나 훤히 들여다 보이는데, 전지전능한 신처럼 써내려 간 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알 수 없는 뭐가가 있어서 대체 이게 뭘까를 한참 고민하게 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빗소리 몽환도>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공상호가 쓴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가 소설 밖으로 나오고, 그 여자를 찾아 온 남자는 공상호가 썼던 소설과 완전 다른 캐릭터입니다. 여자는 매 맞은 여자의 삶을 박차고 소설 밖으로 나왔고, 그녀를 찾아 온 남자는 키가 크고 목소리가 아름답지만 무책임하고, 습관처럼 여자에게 폭력을 일삼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설 밖으로 나온 남녀는 소설 속 캐릭터와 달랐습니다. 여자는 나약하지 않고 오히려 당찼고, 남자는 여자 없이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며 기타를 메고 찾아 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남자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돌연히 사라집니다. 아마도 공상호는 새 책의 첫 장을 펼쳤습니다. 이후에 공상호는 조금 더 따뜻한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짧은 이야기들이어서 읽고 싶을 때 한 번 씩 책을 집어 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표현이 매우 생생하고, 미사여구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실감있고 상황들을 그려보기 충분할 정도로 깔끔한 문장들로 쓰여 있어서 가독성도 좋았습니다. 스마트소설, 한국적 미니픽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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