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한 달 살기 -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조숙 지음 / 문예바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오스 한 달 살기, 조숙 지음, 문예바다

2년 전 가족들과 라오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비온 뒤 움푹 파인 비포장 도로를 버기카를 타고 달리면 옷은 흙탕물이 튀고, 선글라스에 까지 흙탕물이 튀어서 앞이 안보이던 기억이 납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순박하고 착한 그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라오스 한 달 살기>라는 책이 더 끌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소수민족인 몽족 청년들이 우리 짐을 들어주거나 도와주었었는데 이 책에도 화전을 일구며 살게 된 몽족의 아픈 역사가 나옵니다. 베트남 전 때 미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지금도 라오스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으며, 교육은 받을 수 있으나 공무원이 될 수 없는 신분이 되어 산 속 깊은 곳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삐쩍 마르고 체구도 조그마하던 몽족 청년들은 하루 한끼 식사도 어렵고, 그 한끼도 반찬도 없이 찹쌀로 지은 밥만 겨우 먹는다는 가이드의 말이 떠오릅니다.

라오스에서는 공산당이 하는 사업이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이는 있는데, 우리 패키지 여행 가이드와 함께 다니던 공산당 간부의 딸은 구김없이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나중에 여행사를 운영하겠다고 한국인 가이드 밑에서 일을 배우는 중이었는데, 호기심이 많아 질문도 많고, 정이 많아 우리 아이에게도 무척 잘 해 주었습니다. 비슷한 나이였지만 몽족 청년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라오스에 잠깐 다녀왔던 기억이 떠오르며 라오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조용하고 평온한 모습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이 났습니다. 한밤 중에 비엔티엔 공항에 내렸을 때 습하고 후덥지근한 밤공기가 기억납니다. 가이드에게 약간 배고프다고 하니,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쌀국수 한그릇 씩 사주셨는데 그때 먹었던 쌀국수가 일생동안 먹었던 쌀국수 중 제일 맛있었던 쌀국수였습니다. 길거리에서 사먹었던 생과일 주스, 크레페, 아이스크림도 기억납니다.

책 중간중간에 있는 라오스의 사진들을 보니 라오스에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집니다. 속옷도 입지 않은채 흙탕물 같은 물에서 수영하던 아이들, 집앞에 의자를 놓고 걸터앉아 하루종일 지나가는 사람만 구경하고 있던 일가족들, 내가 본 풍경과 사람들이 교차되면서 저자가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완전히 동화가 되었습니다.

저자의 책 제목 위해 써 있는 것처럼, 라오스는 정말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가면 좋을 나라입니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가 한동안 유행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라오스에서 한 달 살기를 해 보고 싶어 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