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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다자이 오사무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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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표지가 예쁜 책이다*^^*

 올해 생일에 친구에게 이 책을 생일선물로 받았는데, 책을 받은지 거의 반년만에야 리뷰를 쓰게 되었다.


 북로드에서 최근 권수를 늘려가고 있는 세계문학 컬렉션 중 하나이다. 처음에 트위터에서 이 정보를 접하고 선물해준 친구랑 같이 너무 예뻐서 갖고싶다며 울고 있었는데 이렇게 선물로 받게 될 줄이야... 실제로 책을 손에 들었을 때의 감촉도 부드럽고 너무 좋아서 이미 있는 책들도 이 시리즈로 한권씩 더 사고싶을 정도이다.

 감상용이랑 소장용은 또 느낌이 다르잖아...



 인간실격은 '요조'라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순수함은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주인공인 요조가 지닌 남들 이상의 순수함은 오히려 독이 된다. 또래들이 기뻐할만한 일들이 그에게는 전혀 기쁘지 않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두려워 할 뿐이다. 자신만이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것만 같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요조는 항상 일부러 익살스럽게 행동하며 남들을 웃기고는 한다. 유복한 집안에서, 제법 반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도 그의 생은 전혀 기뻐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순수하던 아이의 인생은 고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바뀌게 된다. 도쿄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요조는 '호리키'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혼자서는 지하철을 타는 것조차 두렵고, 쇼핑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던 요조는 호리키의 영향으로 점차 술과 담배, 여자 등 세속적인 것에 물들어간다. 타인에 비해 순수한 요조의 심성이 이런 것들에 더욱 쉽게 물들도록 하는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그 후로 요조의 인생에는 거센 풍파가 가득하다.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니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여성을 찾기가 무섭게, 요조는 여자와 동반자살을 감행한다. 그러나 죽은것은 여자 혼자 뿐, 덕분에 요조는 자살방조죄로 수감이 됨과 동시에 가족과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다. 한 번 생긴 균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만 가고, 결국 요조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 술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요조가 마음을 다잡개 해준 새 아내 요시코의 존재로 모든 것이 자리를 잡으려던 순간도, 아내가 장사꾼에게 강간을 당하면서 끝이 난다. 무너져내린 요조는 약국에서 우연히 손에 얻은 모르핀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결국 그의 인생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인 호리키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인간실격.

 저는 이미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요조는 스스로를 가리켜 인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릴 적엔 그렇게 똑똑하고 착할 뿐이었던 아이를 벼랑 끝까지 내몬것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 실격이란 무슨 의미인지. 여러가지로 생각할 점을 많이 남겨준 책이었다. 요조와 같은 사람이 인간 실격이라고 한다면, 대체 인간이란 어떠한 사람을 말하는 걸까.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기준은 대체 누가 만든 것인지, 그리고 그런 기준에 어긋났다는 이유만으로 인간 실격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 모든것이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작품을 토대로 한 만화와 영화도 만들어진 모양이다. 그만큼 다른 작품들과는 많은 차별성이 보이는 책이었다. 요조의 삶이 이 책을 쓴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삶과 비슷하다는 점도 굉장히 눈길을 끌었다. 수 차례의 자살시도를 했던 다자이 오사무가 사망하기 한달 전 집필한 책이라니, 어쩌면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으로서의 의미도 있지 않을까.

 상당히 심오한 주제의 책이었지만 어째서인지 한번 책을 든 순간부터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새벽 세시까지 책을 다 읽은 뒤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무거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몰입감을 준다는 점에서,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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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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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시작과 동시에 작품은 강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생일을 맞기 위해 남편과 함께 자식들이 살고 있는 서울로 올라오던 어머니가 서울역에서 실종된다. 책 도입부부터 자식들은 어머니를 찾는 전단을 올리느라 분주하다. 워낙 처음부터 정신없이 짆애되고 있어서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첫 번째 장의 시각의 주체이기도 한 큰 딸을 지칭하는 사실이 '너'라는 것을. 아무래도 화자는 큰 딸이 아닌 다른 누구인 모양이다.

 이런 양상은 큰 딸의 시각을 다루고 있는 첫 장을 지나 장남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둘째 장에서도, 남편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셋째 장에서도 이어진다. '그'로 지칭되는 장남을 거쳐 '당신'으로 지칭되는 남편의 이야기까지. 세 개의 장이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모습의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금방 짜증을 내는 성격 때문에 어머니와 자주 부딪히는 딸과는 달리, 큰 아들을 대할 때의 어머니는 아들을 굉장히 믿고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의 이야기에서는 자식들 앞에서는 보여주지 않던 약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이야기를 보는 내내 공통적으로, 어머니의 '희생'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 드디어 작품 속 화자가 누구였는지가 밝혀진다. 바로 자식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어머니였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자식들과 남편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 처럼 말하면서도 말 한 번 걸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를 잃은지 9개월 째에 접어든 자식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혹은 자식들이 성장하며 거쳐갔던 장소들을 돌아보며 혼잣말을 할 뿐이다. 앞에서 본 어머니의 모습은 희생하는 모습 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미안하다고,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고 있다.

 사실 여기까지는 책을 읽으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조금씩 드러나는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읽어가며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어머니 내면에 자리잡은 '욕망'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의 마음 속에서도 욕망이 자라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나에 대한 충격이었다. 어머니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인데 왜 그동안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만 있었던 건지.



 소재가 소재인 만큼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외동딸인 만큼 어디가서 이기적이다, 버릇 없이 컸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하기 위해 엄마는 어릴 적부터 나를 엄하게 키우셨다. 남들은 아직 자식들을 끼고 다닐 나이인데도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심부름도, 집보기도 어린 나이부터 시키셨다. 그래서 사실 중학생때 까지는 엄마를 굉장히 무서워하고, 싸움도 잦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엄마와 내 관계가 변했던건 고등학생 때였다. 엄마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라며 동의하셨다. 3년동안 기숙사에 살면서, 힘든 시기인데도 기댈 곳이 없어 엄마를 그리워했던 일이 많았다. 그 때문인지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엄마와 마치 친구처럼 편한 사이가 되었다. 엄마 역시 3년동안 딸을 떠나보내면서 여러가지, 나로서는 알지 못할 감정을 많이 느끼셨던건지 대학생이 된 후로는 옛날에 비해 많이 유해지셨다. 최근에는 아빠 몰래 둘이 술 한잔씩 하며 수다를 떨 정도이니, 더 이상 친해질 수가 있을까.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뒤로 자꾸만 엄마 생각이 났다. 어린 나를 위해 다니던 회사도 그만둔 엄마, 학원에 가두어놓기 싫어서 친구들과의 모임도 포기하고 직접 공부까지 해가며 나를 가르치던 엄마의 모습 등이. 그리고 얼마 전, 술을 마시면서 어렸던 나에게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는 엄마의 모습이 자꾸만 잊히지가 않는다. 당시에는 그냥 엄마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라며 가볍게 넘겼는데 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얼마나 마음속에 묵혀두었을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마치 '엄마를 부탁해'의 어머니처럼.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평생을 어머니로 살아왔던 그녀는, 소설의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딸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큰 딸이 본 피에타 상처럼, 자신의 어머니에게 지친 발을 맡기면서 드디어 쉴 수 있는 장소를 찾은 것이다.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모든 짐은 내려놓은 채로.



 아직도 책을 덮었을 때의 여운이 생생하다.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며 편하게 지내오는 동안, 엄마는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를 생각하며 한참을 펑펑 울었다. 새벽에 읽는 바람에 다음날 눈이 아주 퉁퉁 부어올랐지만ㅠㅠ

 왜 이것을 좀더 일찍 깨닫지 못했는지, 그동안 엄마에게 많은 것을 받아오면서 한번도 엄마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얼마 전 집에 가면서 엄마에게 이 책을 전해주고 왔다. 지난번에 읽고있을 때 관심을 보이셨던게 너무 신경이 쓰여서. 아마 딸의 입장만 경험해 본 나와는 달리, 엄마는 이 소설에서 더 넓은 무언가를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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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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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소설.


 책은 <마왕>과 <호흡>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첫장에서는 '30보 이내의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말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형 안도의 이야기가, 두번째 장에서는 '1/10의 확률은 모두 맞추는 능력'을 가진 동생 준야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글을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는 과정에서 이미 수없이 들은 말이지만, 정말 일본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정치·사회적인 내용이 주가되어 깜짝 놀랐다. 그동안 일본소설 하면 따뜻하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많을거라는 내 편견이 아주 산산조각이 난 순간이었다. 소설은,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누카이 라는 정치가의 등장과, 그 정치가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반감을 갖기 시작하는 주인공 안도로부터 시작한다.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능력을, 안도는 '복화술'이라고 부른다. 내가 하고싶은 말을 남에게 하게 할 수 있다니 이게 얼마나 편한 능력인가. 그러나 이 능력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개혁하거나,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전에 안도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것도 뇌일혈을 일으키면서.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그동안 안도처럼 이누카이에게 반감을 갖던 사람들은 모두 뇌일혈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안도의 죽음 이후, 동생 준야의 여자친구인 시오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2부 <호흡>에서는 갑작스럽게 생긴 능력을 나름대로 분석하는 준야·시오리 부부의 모습이 나온다. 일반적인 소설을 본 사람이라면 여기서 기대를 걸게 된다. 두 사람이 능력에 대해 알게 된 후로 이것을 어떻게 이용해서 형의 복수를 할 것인가. 기대대로, 두 사람은 맞출 수 있는 확률이 1/10까지라는 제한조건을 알아내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한 어떠한 결과도 보여주지 ㅇ낳은 채 소설은 다소 허무하게 끝을 낸다.

 열린 결말보다는 확실하게 주어진 결말은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청천벽력같은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1,2부를 통틀어 언급되는 이누카이와, 그의 연설에 휩쓸리는 군중들의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굳이 정치인에 한정할 일은 아니다. SNS나 각종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는 범람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살고 있다. 그 것이 편리함을 가져다 주기는 하지만, 때로는 정보들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회의 모습과 책 속 군증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쏙 닮아있어 낯설지가 않다.

 흥미 분야가 치중되어 있다보니 나는 책 속의 정치, 파시즘, 헌법개정 등의 화제 보다는 전체적인 흐름과 현재사회를 비교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관점이 또 다르지 않을까. 정말이지 읽는 사람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 될 여지가 있는, 신기한 책이 아닐수가 없다. 


 지인분꼐서 이사카 코타로라는 말에 굉장히 반색하시며 이것저것 추천해주셨는데, 왜 그렇게 이 작가를 좋아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샀고, 학교에도 제법 많이 구비되어 있던데 시간이 나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더욱이, 이 작가의 묘미는 '반전'인데 하필이면 내가 가장 처음으로 읽은 책이 그런 특징이 다른 책들에 비해 덜 드러난 작품이라고 하니 더더욱 궁금해져버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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