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공부법 - 한 문제를 이해하면 백 문제가 ‘와르르’ 풀리는 가장 단순한 공부 원리
권종철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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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노 공부법'은 6월 26일 출간 예정이지만, 나나흰 활동 덕분에 출간되기 이전 가제본을 받아볼 수 있었다! 물론 완성된 형태의 책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가제본 형태의 책을 받는 건 또 색다른 두근거림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수능을 보고 고등학교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게 2009년도이다보니, 처음 공부법에 대한 책을 받았을 때에는 굉장히 막막했다. 대학생활을 하긴 했지만 근 6년간 고등학교때처럼 치열하게 공부해본 기억이 없는데 나에게는 이 책이 과연 어떻게 다가올지...?!
 하지만 도미노 공부법은 시중의 자기계발·공부법 관련 책들처럼 공부를 잘 할수 있는 스킬만 나열하기 보다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더 나아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었다.
 특히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공부를 도미노에 비유했다는 점인데, 참신하면서도 굉장히 맞는 비유이기 때문에 굉장히 놀랐다. 중간에 무엇 하나라도 어긋나거나 힘이 부족하면 중간에 멈추어버리는게 도미노이지 않은가. 공부도 그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많이, 눈에 보이게 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기초부터 쌓고 적절한 힘과 기술을 가해야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도미노 비유가 참신하게 다가왔다.


 책에서 서술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내 중, 고등학교 시절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특출나게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공부와 완전히 연이 없는 학생도 아니었기에, 남들처럼 하루 종일 학원에 갇혀있거나 하는 일 없이도 제법 이름있는 특목고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때 당시에 내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점들이 이 책에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틀린 문제를 분석하는 것과 나 스스로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가끔 엄마나 내가 주변으로부터 어떻게 공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때 매번 언급하던 것들이었는데, 이 정도이니 앞으로는 내가 굳이 대답할 필요 없이 이 책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


 너나 할것없이 이름있는 학원에 보내다보니, 요즈음의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향해서 잠들 무렵에서야 돌아오는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당장에 주변의 사촌동생만 해도. 명절날 학원에 갇혀있느라 얼굴도 보지 못하는건 비일비재하고, 겨우 얼굴을 봤다 싶으면 학원 숙제 때문에 밥도 먹는둥 마는둥 하며 방으로 쫓겨나고는 한다.
 사실 도미노 공부법에서 아무리 좋은 방법을 알려주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지만, 그 실천을 막는것은 학생들 개인의 의지보다도 부모님들의 불안함이 먼저일것 같다. 최근들어서야 엄마께 들은 이야기지만, 나를 키우면서도 주변에 학원을 보내는 어머니들을 보며 엄마도 굉장히 불안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학원에게 무책임하게 내 아이를 떠넘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버텨오셨고, 결국 그런 엄마 덕분에 나는 학창생활을 비교적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부법에 관한 책이지만 이런 점에서는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한창 중고생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님에게도 한 번씩 추천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부모와 자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노력과 강요가 아닌 상호간의 합의와 노력이 자연스러워진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이 정말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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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Special 유재석 Who? Special
김성재 글, 스튜디오 해닮 그림, 김민선 감수 / 다산어린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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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국내에서 '유재석'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평소 연예인이나 TV 예능에는 관심이 없는 나 조차도 유재석 씨가 MC라고 하면 일단 찾아볼 정도이니, 유재석 씨가 미치는 영향력은 그 정도로 엄청나다는 의미가 아닐까.
 다산어린이의  who? 시리즈는 전 세계 인류에 영향력을 끼친 인물들로 구성된 어린이를 위한 만화이다. 가볍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을 찾으려던 도중, 마침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인 유재석 씨를 다룬 내용이라는 이야기에 손에 들어본 결과. 어른들 역시 가볍게 즐기며 볼 수 있는 만화라고 생각했다.


 최근 영상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아이들마저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화로 구성되어있다. 여담이지만, 책 속의 유재석 씨 및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아닌 듯 맞는듯 비슷한 생김새로 그려져 있어서,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92년생인 내가 어느정도 사고가 가능하고, 주변을 인식할 수 있을 무렵엔 유재석 씨는 이미 유명한 MC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멀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보는 사람들도 저절로 웃게 될만큼 능숙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가는 겉모습에 현혹되었던 것인지, 유재석 씨에게는 힘들었던 무명시절이 있을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엿본 유재석 씨는 잦은 전학으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렵고 소심한,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다. 그렇게 평범했던 아이가 연예인으로썬 치명적인 카메라 공포증을 극복해내고, 무명 시절을 이겨나간 끝에 성공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가 짧은 장면장면 사이에 잘 녹아있다고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며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재석 씨 부모님의 교육방침이었다. 정직하지 못한 것으로 나무랄지언정 단 한번도 성적을 이유로 혼을 낸 적도 없었다. 동생과 다툼이 있어도 무조건 첫째를 탓하기보다는 싸움의 원인부터 파악하려고 노력했으며, 처음엔 반대했지만 결국에는 꿈을 찾아 일구어나가는 아들을 든든하게 응원해주었다.

 유재석 씨가 유명해 진 것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진행이나 유머 때문만은 아니다. 신입 개그맨이나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하는 선배 등, 카메라 앞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격려해주고 앞서 이끌어주는 든든한 모습이 주변 지인들에 의해 자주 언급이 되는데. 오늘 날 유재석 씨의 이러한 모습에 부모님의 이러한 교육방침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여를 했으리라.



 책이 인상깊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 것. 단순히 유재석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방송의 역사나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람들, 코미디에 대한 기본지식 등 다양한 배경지식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단순히 유재석 씨에 대한 내용 뿐만이 아니라 관련된 분야의 배경지식도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라니, 앞으로 꿈을 키워나갈 아이들에게 굉장히 추천해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 내용을 정리하자는 의미에서 퀴즈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는데. 보통 이런걸 보면 괜한 도전심리가 생겨서 한 번씩 풀어보게 되더라...*^^*
 책에 푹 빠질만큼 열심히 읽은 덕에 나는 다 맞출 수 있었지만, 혹여 한 부분에 소홀하게 읽은 사람이더라도 퀴즈를 통해 자신이 무슨 내용을 놓쳤는지도 한 눈에 볼 수 있고. 또 두꺼운 책을 덮기 전 내용들을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도 되어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넘기던 도중, 유재석의 어록 중에 이러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선택 이후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나와 같은 대학생들, 그리고 사회인들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고 보기 좋은 구성일 뿐더러 이렇게 생각할 여지도 남겨주는 책인 만큼. 만화라는 형식에 선입견을 버릭고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보고 싶은 유익한 책이었다. 더욱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인 유재석 씨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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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량스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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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순수함이란 때론 가장 무서운 것이다, 라는 것을 가슴깊이 깨닫게 해준 책이 아닐까.


 이 책은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아주 어리고 순수한, 그러나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두려움 때문에 피아노대회 무대에 나서지 않으려는 소꿉친구 후미를 도우려 하던 도중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덕분에 후미는 무사히 피아노 대회를 마칠 수 있게 되지만, 주인공의 어머니는 주인공의 능력을 '무서운 능력'이라 칭하며 다시는 사용하지 않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학교에서 키우던 토끼가 잔인하게 잘려나가고 학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필이면 그 사건을 처음 발견한 것은 주인공의 친구 후미. 많은 독서 덕분에 아는 것이 많고, 항상 모두에게 친절하고 붙임성이 좋던 후미는 그 사건을 계기로 PTSD 증상을 보이며 완전히 마음을 닫아버린다. 주변 사람들의 어떠한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맞추지 않는 후미의 눈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은 채 공허하게 비어있다.

 주인공은 소중한 후미를 이렇게 만든 토끼 살해사건의 범인, 이치카와 유타에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벌을 주고자 결심한다. 그러던 중 주인공이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우려한 어머니를 통해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먼 친척 아키야마 교수를 만나게 되고,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이치카와 유타에게 어떤 벌을 줄지 조금씩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었다.


 조건게임제시능력. 말 그대로 ~하지 않으면 ~ 하게 될 것이다. 라는 내용을 통해 능력을 사용한 상대가 자신의 말에 그대로 따르게 하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벌을 받게 하는 아주 간단한 이론이다. 물론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야 하고, 한번 사용한 상대에게는 다시 사용하지 못하는 등 제약조건도 많다. 책의 대부분은 이 게임의 조건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의 중반부에는 그리 쉽게 몰입할 수가 없었다.

― 분명 이전에 읽었던 작가의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에서도 이런 비슷한 감상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쯤되면 작가의 특성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


 하지만 아키야마 교수와의 대화에서 굉장히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이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었다. 어른이 되어 다양한 일을 겪어온 아키야마 교수는, 주인공이 이치카와 유타를 벌함으로써 벌어질 일들에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이이기에 책임감을 느끼고, 고뇌하고, 마음 한 구석에서 자신을 콕콕 찔러오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몰랐었지. 아이의 이런 순수함을 믿다가 결말 부분에서 거하게 뒤통수를 맞을거라곤.

 

 아무튼 아키야마 교수의 앞에서는 ―도무지 아이의 생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고민하고, 학교생활을 하면서는 후미에 대한 미안한 감정과 걱정으로 감정이 북받혀 오르는 제 나이 또래의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을 보면서 나 또한 고민을 해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치카와 유타에게 어떤 벌을 주고자 했을까?


 참 어려운 문제였다. 그도 그럴것이, 이치카와 유타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토끼를 그렇게 만든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고, 그 무엇에도 반성을 하는 기색이 없었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벌을 주고 싶었지만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에 아키야마 교수는 '돈'이라는 힌트를 주고, 이 힌트는 책의 결말에 정말 막대한...아주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수 밖에 없는 반전...

 비록 지금까지 읽은 것은 두 권 뿐이지만, 초반에 질질 끌리는 듯한 느낌이 있음에도 츠지미야 미즈키의 책을 도무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반전들 때문일 것이다. 한 번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에서 당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굳게 먹고 나름대로 추측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나를 놀라게 한다. 


 책 속에는 원래는 토끼세공이 달린 세 개의 계량스푼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원래는 후미의 것이었던 이 계량스푼 중 하나를, 후미는 주인공에게 선물로 준다. 사실 후미의 토끼사랑을 알 수 있는 토끼모양의 세공 말고는 특별히 하는 역할이 없었기에 이 책의 제목이 어째서 '나의 계량스푼'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고 난 뒤로는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사건 이후로 주인공의 손에 모두 들어온 세 개의 계량스푼은, 주인공에게는 부적이 아니었을까. 자신 때문에 후미가 마음을 닫아버렸다는 죄책감과, 반드시 복수를 해주고 말겠다는 자신의 각오를 모두 담은. 아키야마교수와의 상담 도중 수도 없이 느꼈던 공포에도 불구하고 결심을 하게 해주었던 마지막 방어선 같은. 그런 느낌의 부적 말이다.


후미의 손가가 태양빛을 받아 가느다란 무지갯빛을 띠며 빛났다. 눈부신 빛이 걸을 때마다 조금씩 변화했다. 짤랑짤랑 소리를 내면서, 아키야마가 건넨 계량스푼이 그 손 안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문장 자체도 굉장히 예뻤지만, 나는 마지막 장면의 이 부분이 세상을 외면하던 후미의 마음이 조금씩 빛을 다시 찾아가는 것을 묘사한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인공이 모든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었던 이 계량스푼이, 이번에는 이것을 다시 손에 쥔 후미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내 책 읽는 순서가 엉망징창이라 아직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이 책은 츠지미야 미즈키의 츠나구, 얼음고래 등 다른 작품의 스핀오프 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른 작품속에서 활약하던 주인공들, 심지어는 주인공의 소꿉친구 후미조차도 소설속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이 작가에게 이렇게 매력을 느끼고 단단히 꼬리를 잡힌 이상, 다음 재미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으며 이 책 속의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에서 찾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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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킨 노트 - 마음을 전하는 5초의 기적
가스 캘러헌 지음, 이아린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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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가스는 4번의 암 진단을 받았으며 엠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8퍼센트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 한 문구에 자석에 이끌리듯 책에 이끌려 서평단에 신청을 했다. 실제로 엠마와 비슷한 나이에 위암선고를 받으셨던 아빠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 물론 지금 아빠는 나보다 더 건강하시다. ―
 반쯤 무의식적으로 신청했던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첫 눈에 끌렸던 책과 실제로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4번의 암 진단으로 살 확률이 8%밖에 되지 않는다는 선고를 받은 가스 캘러헌이 하루에 한 장씩 냅킨 노트를 딸의 도시락에 넣어주는 이야기이다. 이 냅킨 노트는 딸에게도 물론 많은 교훈과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지만, 가스 캘러헌 역시도 노트를 적어나가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느끼게 된다.
 가스 캘러헌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병마의 시작은 신장암이었다. 비록 한 순간은 좌절하지만 현명한 아내 리사와 보조를 맞추며 미래로 이어지는 길을 막는 병마를 하나하나 극복해나간다. 애써 병마를 이겨낸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또다른 병마일지라도, 가스 캘러헌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사랑하는 딸인 엠마이다. 어릴 때부터 키우던 개의 죽음, 할아버지의 죽음,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을 겪으며 상처 받아왔던 엠마였기에 가스의 이런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끈질기게 아빠를 괴롭히는 병, 약을 복용한 뒤 항상 따라오는 부작용, 딸에게 자신의 이런 상태를 알리고 싶지 않은 아빠의 마음. 이 모든것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평화로웠던 한 가정에게서는 점차 웃음이 사라진다. 하지만 엠마가 초등학생 시절, 우연히 넣은 것을 계기로 쭉 계속해왔던 냅킨 노트를 통해서 캘러헌 가족은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갔다.
 게다가. 굉장히 인상이 깊었던건 이 책의 저자인 가스 캘러헌의 사고방식이었다.

 용기란 늘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형체없이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이 닥친 뒤에야 당사자의 가슴에 씨앗을 내린다. 그 씨앗을 틔우느냐 마느냐는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단순히 싸워 이기는 것만이 승리는 아닐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관문을 통과하겠다는, 그 시련을 이겨내리라는 믿음 자체가 승리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이었다.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현실에 힘들어하며, 다른 곳으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나였기에 더더욱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언젠가는 해결될 일시적인 고난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가스 캘러헌은 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노트, 혹은 손으로 쓴 쪽지가 주는 감동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아빠가 매일 도시락통 속에 남겨놓은 냅킨 노트를 보며 힘을 얻고, 때로는 자기 나름의 해석을 통해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딸 엠마의 모습은 굉장히 친숙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한참 수능에 대한 압박이 극심했던 시절이었음에도 기숙사라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그 때, 시기 적절하게도 엄마의 택배 속에 이런 메모가 끼워져 있었다. 



 가끔 엄마에게 보여드리면 별거 아닌걸 왜 아직도 가지고 있냐고 하지만, 아마 이 편지를 받자마자 기숙사 방에 혼자 숨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딸의 입장이기에, 어쩌면 가스 캘러헌 보다도 딸인 엠마의 입장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엠마 역시도 병으로 인해 매일을 고통스럽게 보내는 아버지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 분명했을테니.


 책을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남들에게는 입을 한 번 닦고 버리는 쓸모없는 냅킨 한 장이 가스 캘러헌에게는 딸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매개가 되었고, 뿐만아니라 더욱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언제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냅킨처럼, 사실은 마음을 전하는 것 역시 무척 단순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를 못했을 뿐. 마치 한 장의 냅킨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이 몰랐듯이 말이다.

 엄마에게서 온 편지 뿐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가족보다도 더욱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받았던 작은 포스트잇 한 장. '같이 밥 먹자'는 별거 아닌 내용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힘이 들 때마다 메모들을 반복해서 읽었던 것이 생각난다.


 어릴 적 나는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따라서 부모님께 편지도 자주 썼고, 먼 곳에 사는 친구들과 펜팔도 종종 했었다. 어느샌가 학업으로 바빠지기도 했고, 낯간지럽게 느껴져서 조금씩 멀어졌지만 이 책을 계기로 가까운 부모님에게라도 다시 한 번 편지를 적어보는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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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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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미사여구가 많이 사용 된 한국이나 일본 소설과는 달리 문장이 짧게 끊어지는 유럽의 소설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너무 완고하고, 자신만의 기준이 뚜렷한 오베를 보며 답답한 나머지 초반 100페이지 가량은 책을 따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고, 실망을 표했던 과거의 평가는 아무래도 뒤엎어야 할것 같다. 조금씩, 오베라는 남자의 인생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갔으니.



 오베는 매일 아침을 동네를 시찰하며 시작한다. 방문객 주차 구역에 불법주차된 차가 있는지 확인하고, 재활용이 제대로 되어 이는지도 확인하고, 차량이 통제된 거주자 구역을 달리는 차가 있으면 화를 낸다. 게다가 그에게는 특이한 선입견이 있었으니. 바로 그 사람이 몰고 있는 차종만으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었다. 같은 지역에 살았다간 하루만에 질식해버릴 정도로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성격 덕분에 하루도 이웃 주민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오베의 삶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오베의 집 앞에 새로 이사온 외국인 부부에 의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트레일러를 후진시켜준 것을 계기로 단번에 오베와의 거리를 좁혀와서는, 선을 긋고 뻣뻣하게 대하는 오베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가까워져간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오베라는 사람에 대해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생길 무렵, 오베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챕터씩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조금씩 오베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초반의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여담이지만, '오베라는 남자~'로 소제목이 시작되는 챕터는 오베의 현재 이야기를, '오베였던 남자~'로 소제목이 시작되는 챕터는 오베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현재와 과거가 몇 차례 반복되던 끝에서야 오베가 처해있는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내를 잃고, 직장마저 잃어, 삶을 지탱하던 이유를 모두 잃은 오베. 결국 오베는 아내의 곁으로 가고자 결심한다. 모든 일을 언제나 그래왔듯 완벽하게 처리해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감으려는 순간.

 어김없이 사건은 벌어진다.

 마치 먼저 세상을 뜬 아내가 이 곳으로 오지 말라고, 오베를 밀어내기라도 하듯이. 오베로서는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가 없지만, 읽는 독자로써는 웃음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굉장히 어이없는 사건들이 아닐수가 없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있다. 지금의 까칠한 오베를 만들기 까지 그가 겪어온 사건들을 서술하는 과거와, 자살을 하려고 할 때마다 사건에 휘말리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근처의 이웃들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오베의 현재.

 과거의 오베는 조금 요령이 없을 뿐, '까칠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아이를 밴 아내가 버스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조금도 약자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사회에 조금씩 화가 났을 뿐이었다. 인정도, 영혼도 없이, 그저 주어진 일만을 처리하려 드는 하얀 셔츠의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수십년간 대처해 온 오베의 삶. 그러나 단 한 번도 이길 수 없었던 과거의 날들.


 그러나 상황은 변하기 시작한다. 한때는 절친한 친구였지만, 생에 최대의 원수이기도 했던 루네를 위해 움직이기로 결심한 순간. 그동안 오베가 귀찮다고만 생각해왔던 이웃들과 힘을 합쳐 하얀 셔츠의 사내를 무찌르는 장면은 오베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느꼈던 묵직한 갑갑함을 한순간에 날려보낼 정도로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 뒤로 오베의 삶은 눈에 띄게 변한다. 오베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 파르바네와 패트릭 가족의 집에 왕래하며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또한 책을 시작하면서부터 그와 함께한 고양이와 마치 가족처럼 함께 지내기 시작하면서, 먼저 떠난 아내를 대신하여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다른 의미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무채색이었던 오베의 삶은 조금씩 색을 더해나간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결말을, 아내의 곁으로 가는 마지막을 맞는다. 이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의 사이에서, 굉장히 평온한 얼굴로.


 비록 마지막에 오베의 장례식 장면을 보며 예상치 못하게 펑펑 울기는 했지만, 오베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어도 그의 임종을 지켜봐주고, ― 오베는 싫어했을 테지만 ― 평생을 그리던 아내의 곁으로 마침내 도달할 수 있었을테니.



 책을 손에서 놓는 순간까지도, 시도때도 없이 오베의 눈 앞에 등장했던 고양이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오베에게는 불쾌한 손님이 아닐 수 없었지만, 아내가 굉장히 사랑했던 고양이. 마지막까지 오베의 임종을 지켰던 고양이. 이 고양이는, 사방에 높은 담을 쌓고 그저 아내에게 가는 것만을 생각하던 오베를 걱정한 소냐가 보낸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되짚어 생각해보면 오베는 남들이 말하는 것 처럼 까칠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자기 자신만의 원칙과 철칙이 확고하여 그걸 지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일 뿐. 아닌 척, 퉁명스러운 척 이웃들을 대하지만 결국 단 한번도 이웃들의 도움을 거절한 적이 없다. 그렇게 상냥했기 때문에 59년이라는 인생을 살면서 남들보다 크게 상처를 받았고, 그 결과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을 뿐.



 정말 마지막 200페이지를 읽는 동안에는 책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차마 리뷰에서는 다 다룰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설 속 장치들과 사람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의 긴 인생까지. 이 소설이 왜 나오기가 무섭게 그렇게 호평을 얻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생생한 이 여운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은 정말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오베의 인간적인 면모와 아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구절을 인용하며 리뷰글을 마친다.

오베가 잠시 자기 신발을 바라보았다. 신음 소리를 냈다. 눈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묘석에서 눈을 더 털어냈다. 조심스레 그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보고싶어." 그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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