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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 - 나는 어떻게 1등 프랜차이즈를 만드는가
강훈 지음 / 다산3.0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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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그리고 망고식스. 번화가를 돌아다니다보면 누구나 한 번씩 들어보았을법한 브랜드 이름이다. 비록 세 브랜드 모드 내 입맛과는 맞지 않아 자주 가는곳은 아니지만...ㅠㅠ

 이 책은 이러한 브랜드들을 거대한 프랜차이즈 조직으로 만들며 '커피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강훈의 사업과 관련된 일이다.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상황을 버리고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새로운 상황에 몸을 던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카페베네 신화를 이룩한 강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강훈은 그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도전의 수단으로 강훈이 선택한 아이템은 바로 '망고'였다.



 사실 지금이야 망고 음료나 식품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망고란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다. 물론 가끔 비싼 가격에 팔리고는 있었지만 일개 대학생이 마음껏 사먹을만한 가격은 아니었으니... 내가 건망고가 아닌 실제 망고를 처음 먹어본 것은 대학교 2학년 무렵, 필리핀의 이모댁에 놀러갔을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에 손을 타고 뚝뚝 흐르는 망고즙조차 너무 맛이 있어서 이모가 사다주신 망고를 거의 혼자서 다 먹어치웠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망고를, 이제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기후도 맞지 않지, 한국까지 운반을 시도했다간 그 과정에서 다 물러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보통의 한국인들에게 망고라는 과일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렇게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도전을 성공해 낸 것이 바로 강훈이다.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거나 인지도가 있는 아이템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한 강훈의 통찰력에는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아이템 선정 뿐만이 아니라 PPL전략,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선택들은 굉장히 놀라운 일들 투성이었다.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많이 번다고들 했던가.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가 강훈이었다.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성과를 두려워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이 예측한 성과를 바탕으로 망설임 없이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 이것이 강훈이 다른 사업가들과 비교가 되는 점이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점이 책을 읽는 나에게 불편한 감정을 주기도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지만, 중간부터 한 가지 의문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 그래서 이 책은 결국 누구를 위해 쓰여진건데?

 카페베네 시절부터 망고라는 아이템에 대한 꿈을 품고, 그 꿈을 망고식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열기 시작하고,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마지막에는 해외진출까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자 준비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느새인가 막혀버린다. 다양한 사업 경력을 통해 그가 쌓은 자본력과 인맥은 물론 훌륭한 자산이지만, 이를 이용하여 그가 일구어낸 성과들은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만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점을 느끼기 시작하니, 그 다음부터는 책의 무슨 내용을 읽더라도 결국에는 자기자랑인것처럼 느껴져서 더더욱 불편해졌던 것 같다.


 강훈이 가지고 있는 사업가로서의 자질이나 재능, 수완은 모두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어떠한 책이든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 책은 결국 일방적인 소통의 매체가 되어 버린다고 생각했기에,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닌 또다른 의도를 전혀 읽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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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공부법 - 한 문제를 이해하면 백 문제가 ‘와르르’ 풀리는 가장 단순한 공부 원리
권종철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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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노 공부법'은 6월 26일 출간 예정이지만, 나나흰 활동 덕분에 출간되기 이전 가제본을 받아볼 수 있었다! 물론 완성된 형태의 책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가제본 형태의 책을 받는 건 또 색다른 두근거림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수능을 보고 고등학교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게 2009년도이다보니, 처음 공부법에 대한 책을 받았을 때에는 굉장히 막막했다. 대학생활을 하긴 했지만 근 6년간 고등학교때처럼 치열하게 공부해본 기억이 없는데 나에게는 이 책이 과연 어떻게 다가올지...?!
 하지만 도미노 공부법은 시중의 자기계발·공부법 관련 책들처럼 공부를 잘 할수 있는 스킬만 나열하기 보다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더 나아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었다.
 특히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공부를 도미노에 비유했다는 점인데, 참신하면서도 굉장히 맞는 비유이기 때문에 굉장히 놀랐다. 중간에 무엇 하나라도 어긋나거나 힘이 부족하면 중간에 멈추어버리는게 도미노이지 않은가. 공부도 그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많이, 눈에 보이게 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기초부터 쌓고 적절한 힘과 기술을 가해야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도미노 비유가 참신하게 다가왔다.


 책에서 서술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내 중, 고등학교 시절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특출나게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공부와 완전히 연이 없는 학생도 아니었기에, 남들처럼 하루 종일 학원에 갇혀있거나 하는 일 없이도 제법 이름있는 특목고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때 당시에 내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점들이 이 책에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틀린 문제를 분석하는 것과 나 스스로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가끔 엄마나 내가 주변으로부터 어떻게 공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때 매번 언급하던 것들이었는데, 이 정도이니 앞으로는 내가 굳이 대답할 필요 없이 이 책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


 너나 할것없이 이름있는 학원에 보내다보니, 요즈음의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향해서 잠들 무렵에서야 돌아오는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당장에 주변의 사촌동생만 해도. 명절날 학원에 갇혀있느라 얼굴도 보지 못하는건 비일비재하고, 겨우 얼굴을 봤다 싶으면 학원 숙제 때문에 밥도 먹는둥 마는둥 하며 방으로 쫓겨나고는 한다.
 사실 도미노 공부법에서 아무리 좋은 방법을 알려주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지만, 그 실천을 막는것은 학생들 개인의 의지보다도 부모님들의 불안함이 먼저일것 같다. 최근들어서야 엄마께 들은 이야기지만, 나를 키우면서도 주변에 학원을 보내는 어머니들을 보며 엄마도 굉장히 불안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학원에게 무책임하게 내 아이를 떠넘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버텨오셨고, 결국 그런 엄마 덕분에 나는 학창생활을 비교적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부법에 관한 책이지만 이런 점에서는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한창 중고생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님에게도 한 번씩 추천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부모와 자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노력과 강요가 아닌 상호간의 합의와 노력이 자연스러워진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이 정말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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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Special 유재석 Who? Special
김성재 글, 스튜디오 해닮 그림, 김민선 감수 / 다산어린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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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국내에서 '유재석'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평소 연예인이나 TV 예능에는 관심이 없는 나 조차도 유재석 씨가 MC라고 하면 일단 찾아볼 정도이니, 유재석 씨가 미치는 영향력은 그 정도로 엄청나다는 의미가 아닐까.
 다산어린이의  who? 시리즈는 전 세계 인류에 영향력을 끼친 인물들로 구성된 어린이를 위한 만화이다. 가볍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을 찾으려던 도중, 마침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인 유재석 씨를 다룬 내용이라는 이야기에 손에 들어본 결과. 어른들 역시 가볍게 즐기며 볼 수 있는 만화라고 생각했다.


 최근 영상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아이들마저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화로 구성되어있다. 여담이지만, 책 속의 유재석 씨 및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아닌 듯 맞는듯 비슷한 생김새로 그려져 있어서,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92년생인 내가 어느정도 사고가 가능하고, 주변을 인식할 수 있을 무렵엔 유재석 씨는 이미 유명한 MC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멀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보는 사람들도 저절로 웃게 될만큼 능숙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가는 겉모습에 현혹되었던 것인지, 유재석 씨에게는 힘들었던 무명시절이 있을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엿본 유재석 씨는 잦은 전학으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렵고 소심한,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다. 그렇게 평범했던 아이가 연예인으로썬 치명적인 카메라 공포증을 극복해내고, 무명 시절을 이겨나간 끝에 성공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가 짧은 장면장면 사이에 잘 녹아있다고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며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재석 씨 부모님의 교육방침이었다. 정직하지 못한 것으로 나무랄지언정 단 한번도 성적을 이유로 혼을 낸 적도 없었다. 동생과 다툼이 있어도 무조건 첫째를 탓하기보다는 싸움의 원인부터 파악하려고 노력했으며, 처음엔 반대했지만 결국에는 꿈을 찾아 일구어나가는 아들을 든든하게 응원해주었다.

 유재석 씨가 유명해 진 것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진행이나 유머 때문만은 아니다. 신입 개그맨이나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하는 선배 등, 카메라 앞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격려해주고 앞서 이끌어주는 든든한 모습이 주변 지인들에 의해 자주 언급이 되는데. 오늘 날 유재석 씨의 이러한 모습에 부모님의 이러한 교육방침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여를 했으리라.



 책이 인상깊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 것. 단순히 유재석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방송의 역사나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람들, 코미디에 대한 기본지식 등 다양한 배경지식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단순히 유재석 씨에 대한 내용 뿐만이 아니라 관련된 분야의 배경지식도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라니, 앞으로 꿈을 키워나갈 아이들에게 굉장히 추천해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 내용을 정리하자는 의미에서 퀴즈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는데. 보통 이런걸 보면 괜한 도전심리가 생겨서 한 번씩 풀어보게 되더라...*^^*
 책에 푹 빠질만큼 열심히 읽은 덕에 나는 다 맞출 수 있었지만, 혹여 한 부분에 소홀하게 읽은 사람이더라도 퀴즈를 통해 자신이 무슨 내용을 놓쳤는지도 한 눈에 볼 수 있고. 또 두꺼운 책을 덮기 전 내용들을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도 되어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넘기던 도중, 유재석의 어록 중에 이러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선택 이후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나와 같은 대학생들, 그리고 사회인들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고 보기 좋은 구성일 뿐더러 이렇게 생각할 여지도 남겨주는 책인 만큼. 만화라는 형식에 선입견을 버릭고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보고 싶은 유익한 책이었다. 더욱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인 유재석 씨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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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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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미사여구가 많이 사용 된 한국이나 일본 소설과는 달리 문장이 짧게 끊어지는 유럽의 소설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너무 완고하고, 자신만의 기준이 뚜렷한 오베를 보며 답답한 나머지 초반 100페이지 가량은 책을 따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고, 실망을 표했던 과거의 평가는 아무래도 뒤엎어야 할것 같다. 조금씩, 오베라는 남자의 인생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책 속으로 빨려들어갔으니.



 오베는 매일 아침을 동네를 시찰하며 시작한다. 방문객 주차 구역에 불법주차된 차가 있는지 확인하고, 재활용이 제대로 되어 이는지도 확인하고, 차량이 통제된 거주자 구역을 달리는 차가 있으면 화를 낸다. 게다가 그에게는 특이한 선입견이 있었으니. 바로 그 사람이 몰고 있는 차종만으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었다. 같은 지역에 살았다간 하루만에 질식해버릴 정도로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성격 덕분에 하루도 이웃 주민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오베의 삶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오베의 집 앞에 새로 이사온 외국인 부부에 의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트레일러를 후진시켜준 것을 계기로 단번에 오베와의 거리를 좁혀와서는, 선을 긋고 뻣뻣하게 대하는 오베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가까워져간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오베라는 사람에 대해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생길 무렵, 오베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챕터씩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조금씩 오베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초반의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여담이지만, '오베라는 남자~'로 소제목이 시작되는 챕터는 오베의 현재 이야기를, '오베였던 남자~'로 소제목이 시작되는 챕터는 오베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현재와 과거가 몇 차례 반복되던 끝에서야 오베가 처해있는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내를 잃고, 직장마저 잃어, 삶을 지탱하던 이유를 모두 잃은 오베. 결국 오베는 아내의 곁으로 가고자 결심한다. 모든 일을 언제나 그래왔듯 완벽하게 처리해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감으려는 순간.

 어김없이 사건은 벌어진다.

 마치 먼저 세상을 뜬 아내가 이 곳으로 오지 말라고, 오베를 밀어내기라도 하듯이. 오베로서는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가 없지만, 읽는 독자로써는 웃음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굉장히 어이없는 사건들이 아닐수가 없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있다. 지금의 까칠한 오베를 만들기 까지 그가 겪어온 사건들을 서술하는 과거와, 자살을 하려고 할 때마다 사건에 휘말리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근처의 이웃들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오베의 현재.

 과거의 오베는 조금 요령이 없을 뿐, '까칠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아이를 밴 아내가 버스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조금도 약자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사회에 조금씩 화가 났을 뿐이었다. 인정도, 영혼도 없이, 그저 주어진 일만을 처리하려 드는 하얀 셔츠의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수십년간 대처해 온 오베의 삶. 그러나 단 한 번도 이길 수 없었던 과거의 날들.


 그러나 상황은 변하기 시작한다. 한때는 절친한 친구였지만, 생에 최대의 원수이기도 했던 루네를 위해 움직이기로 결심한 순간. 그동안 오베가 귀찮다고만 생각해왔던 이웃들과 힘을 합쳐 하얀 셔츠의 사내를 무찌르는 장면은 오베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느꼈던 묵직한 갑갑함을 한순간에 날려보낼 정도로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 뒤로 오베의 삶은 눈에 띄게 변한다. 오베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 파르바네와 패트릭 가족의 집에 왕래하며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또한 책을 시작하면서부터 그와 함께한 고양이와 마치 가족처럼 함께 지내기 시작하면서, 먼저 떠난 아내를 대신하여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다른 의미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무채색이었던 오베의 삶은 조금씩 색을 더해나간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결말을, 아내의 곁으로 가는 마지막을 맞는다. 이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의 사이에서, 굉장히 평온한 얼굴로.


 비록 마지막에 오베의 장례식 장면을 보며 예상치 못하게 펑펑 울기는 했지만, 오베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이 아니었을까 싶다. 적어도 그의 임종을 지켜봐주고, ― 오베는 싫어했을 테지만 ― 평생을 그리던 아내의 곁으로 마침내 도달할 수 있었을테니.



 책을 손에서 놓는 순간까지도, 시도때도 없이 오베의 눈 앞에 등장했던 고양이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오베에게는 불쾌한 손님이 아닐 수 없었지만, 아내가 굉장히 사랑했던 고양이. 마지막까지 오베의 임종을 지켰던 고양이. 이 고양이는, 사방에 높은 담을 쌓고 그저 아내에게 가는 것만을 생각하던 오베를 걱정한 소냐가 보낸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되짚어 생각해보면 오베는 남들이 말하는 것 처럼 까칠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자기 자신만의 원칙과 철칙이 확고하여 그걸 지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일 뿐. 아닌 척, 퉁명스러운 척 이웃들을 대하지만 결국 단 한번도 이웃들의 도움을 거절한 적이 없다. 그렇게 상냥했기 때문에 59년이라는 인생을 살면서 남들보다 크게 상처를 받았고, 그 결과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을 뿐.



 정말 마지막 200페이지를 읽는 동안에는 책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차마 리뷰에서는 다 다룰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설 속 장치들과 사람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의 긴 인생까지. 이 소설이 왜 나오기가 무섭게 그렇게 호평을 얻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생생한 이 여운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은 정말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오베의 인간적인 면모와 아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구절을 인용하며 리뷰글을 마친다.

오베가 잠시 자기 신발을 바라보았다. 신음 소리를 냈다. 눈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묘석에서 눈을 더 털어냈다. 조심스레 그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보고싶어." 그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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