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하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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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안의책'이라는 출판사를 알게 된건 주변 지인들에게서 자주 추천받던 교고쿠도 시리즈 때문이었다. 하도 칭찬이 자자해서 궁금하길래 찾아보는데, 마침 적절하게 뜬 신간소식에 카페까지 흘러갔다가 발견한 책. 책 소개가 상당히 인상깊어서 한번쯤은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읽을 기회가 생겼다. 게다가 표지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ㅠㅠ 특히 하권같은 색감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사실 처음에는 책을 읽는게 굉장히 힘들었다. 이게 상권이 하권에 비해 별점이 낮은 이유인데, 여덟명이라는 제법 많은 인물들이 한 명씩 소개되고, 사건이 발생하는 학교로 모이기까지의 장면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겨우 다 모였나 싶었더니 이번엔 갇힌 학교를 빠져나가려는 시도로만 페이지를 계속 잡아먹는다. 학교에 갇혀있는 것은 반에서 가장 친했으며, 축제 준비 위원이었던 여덟사람. 그러나 아이들은 학교를 뒤지며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낸다. 사실 이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은 일곱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나머지 한 사람은 두 달 전 학교 옥상에서 벌어졌던 자살사건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라는 것. 이 모든것을 알아낸 뒤에야 이야기는 흐르기 시작한다.

 분명 모두의 기억속에 자살사건이 벌어졌던 축제 마지막날은 남아있는데, 이상하게도 자살한 학생에 대한 것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원래 이 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일곱사람이어야 한단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던 사진은 사라져버리고,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보려 해도 머리만 아파올 뿐이다. 이렇게 아무 실마리도 얻지 못한 채 5시 53분에 멈추어버린 학교에 갇혀있기를 한참, 한 명을 시작으로 갇혀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누군가 사라진 자리에는 피를 흘리는 마네킹이 남아있는데, 그 부분의 묘사는 정말이지 섬뜩했다.

 

 천천히 한 명씩 사라져가는 가운데 아이들은 저마다 알고 있는 가정사정을 바탕으로 자살한 사람이 누구일지 추측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것을 읽는 독자는, 아이들이 감추어 두었던 저마다의 고민과 함께 숨겨진 이야기도 하나하나 알게 된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느 누가 자살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아이들은 그 정도로 내면에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따.

 조금씩 학교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며 실마리를 얻어가는 아이들. 동시에 학교에 남는 인원이 조금씩 줄어들며, 이야기는 점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앞 부분이 정말 지루했기 때문에 상권을 읽는데에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읽던 책이 끊기는 것을 싫어해서 책을 한 번 잡으면 보통 그 자리에서 다 읽어치우는 편인데도 도무지,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권의 마지막부터 점점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하고, 이후부터는 책을 도무지 손에 넣을 수가 없었다. 자살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학생의 범위는 학교에 남는 인원이 줄어들 수록 좁아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괜찮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를 위해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기 때문에.


 그렇다면 대체 이렇게 예쁘고 좋은 친구들을 남기고 자살한 것은 누구일까?


 마지막에서야 자살했던 사람, 동시에 아이들을 이 학교에 가둔 사람이 밝혀진다. 그러나 그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고, 그 뒤로 또 반전이 기다리는 스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실마리가 나와 읽는 내내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였다. 게다가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책 곳곳에 숨어있던 복선이었다. 읽는 동안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인물들의 발언, 심지어는 호칭까지도 마지막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다.

 이 작가는 뭐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렇게 치밀한 구성이 가능한거지. 책을 덮은게 새벽 두시 반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반전과 예상치 못했던 결말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덕분에 몇 시간동안 잠도 이루지 못했지만.

 이 책을 쓴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의 책을 평소 많이 추천 받았는데 왜 다들 그랬는지,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다는게 무슨 말인지 알 것만 같았다. 지난 북페스타에서 작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다른 책들을 구입하는 것을 망설였던 과거의 내 자신이 너무 미울 정도로. 기회가 된다면 꼭 다른 책들도 일어보고 싶다. 심지어 이 책이 첫 작품이었으니, 그 뒤로 나온 다른 책들에선 상권에서 느꼈던 지루함이 조금 나아지지는 않았을까.


 미스테리, 추리, 스릴러. 대체 어느 장르로 이 책을 분류해야 할까. 어느 하나 특정해서 말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느낌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고 가슴이 뛰는 느낌은 굉장히 오랜만이라 괜히 즐겁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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