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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알맹이
왕겨 지음 / 섬집아이 / 2025년 11월
평점 :
제목이 왜 할머니 알맹이일까? 하는 의문과 심술궂은 듯 재미있는 할머니의 표정, 말라가는 해바리기꽃까지.. 표지가 궁금증을 유발한다
여기 앞만 보고 달리도록 눈가리개를 쓴 경주마처럼 알맹이 하나만 보고 살아온 할머니가 있다
해가 지고 달이 떠도 쉬지 않고 밭을 일구는 할머니!
봄에는 감자를, 여름에는 옥수수와 콩을, 그리고 가을엔 또 옥수수..겨울엔 콩을 턴다
할머니는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감자 감자 감자, 옥수수 옥수수 옥수수, 콩 콩 콩 콩 콩"만 외치며 알맹이를 얻기 위해 앞뒤 돌아볼 겨를도 없이 열심이다
이렇게 알맹이 하나만 보고 달리는 할머니에게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것들은 모두 쓸데없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열매가 아닌 모든 것에 버럭 화를 내는 할머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가 할머니 밭에 씨앗 하나를 떨어뜨리고 간다
그 씨앗은 하루 만에 싹이 트고, 이틀 만에 어깨가 떡 벌어지더니, 사흘 만에 키가 쑥쑥 자라는데 이렇게 폭풍 성장하는 씨앗이 마음에 든 할머니는 커다란 열매를 얻게 해달라는 소원까지 빌게 된다
하지만 잎만 무성한 모습에 할머니는 또다시 실망하고 만다
아~ 이 할머니의 마음에 왜 나는 감정이입이 되는 걸까?!
노력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노력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할머니~ 그 열매가 열매가 아닌 다른 것들도 있대요~~~라고 외쳐주고 싶다
할머니가 쓸데없다고 여기며 없애려고 했던 바로 그 씨앗이 할머니의 삶에 불러온 변화는 나까지 울컥하게 만든다
드디어 해바라기꽃을 바라보면서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게서도 소중함을 느끼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여유와 행복을 찾아가는 할머니의 표정이 어찌나 따뜻하고 포근한지 모르겠다
그렇지..세상에 쓸데없는건 없지! 다 쓸데가 있어!
꼭 열매를 맺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나에게 외치는 말 같다
올해 특히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동동거리며 산 나에게 이제 한숨 좀 돌리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날마다 달력에 미션처럼 할일을 적어놓고 하나하나 해나가는 동안 나는 꿈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던거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내가 원했던 과목은 아니지만 어쨋든 아이들과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그림책수업도 하고 있으니 이걸로 됐다!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가기!!
허튼 곳에 에너지를 쓰지 말고 과거를 후회하며 에너지를 낭비하지도 말고 그저 흐르는대로 살아가 보자!
나도 내 표정에 내 주름에 삶이 묻어나는 나이가 이미 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할머니 알맹이>는 할머니의 알맹이가 단순한 열매에서 마음속 진정한 '알맹이'로 변화하는 과정을 극적이면서도 감동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겉모습이나 타인의 시선에 갇혀 지냈던 시간을 넘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생각하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것이다
고마워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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