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의 뒷모습

고릴라의 뒷모습 ㅣ 어떤 날에 그림책 3
슬로보트 지음, 이수연 그림 / 어떤우주 / 2025년 3월

앞표지의 고릴라의 모습에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다가 뒷표지에 쓰인 한문장에 마음이 내려앉았다

책장을 넘기면 무언가 아련하기도 하고 꿈꾸는 듯하기도 한 고릴라의 눈을 마주하고는 또 가슴을 쓸어내린다

마음이 아파오고 두눈에 물기가 차오른다

<고릴라의 뒷모습>은 끝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 그리고 고릴라라는 존재가 지닌 섬세한 감정과 상실감을 깊이 있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초록의 숲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고릴라들은 어느 날 인간의 침입과 총성 앞에 결국 철창 안의 삶으로 갇히게 된다

고릴라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무심하게 다른 생명의 자유를 빼앗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거친 털 아래 숨겨진 고릴라의 손, 슬픔에 젖은 눈빛, 조심스럽게 아이를 감싸 안는 동작 하나하나에서 고릴라라는 존재가 단지 '동물'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고릴라 또한 사랑하고, 아프고, 그리워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 감정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호기심과 오락을 위해 고릴라의 세계를 무너뜨린다

'누구도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그걸 견디고 있는' 고릴라의 현실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 온 수많은 철창 속 생명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저 내가 태어난 이곳에 살고 싶었던..다만 작은 숲 한켠에 살고 있었던 고릴라의 소망은 인간의 잔인함과 이기심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누가 인간에게 동물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을까?

그림책을 만나면 여러번 읽고는 하는데 이 그림책은 두번째 읽기는 잠시 미뤄둬야겠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마음이 무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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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의 그림책한스푼(@lael_84)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