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연약한 1
이쿠에미 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맘에 들어서 지금껏 기억하다가 산 작품입니다. 잘 모르는 작가였는데 의외로 평도 좋은 것 같고 해서 이번에 구입했는데 제법 잘 샀다고 만족했습니다.

그림은 썩 훌륭한 편이 아니고(순정만화 기준으로요. 개인적으로 화려하고 깔끔한 그림을 좋아하는 터라) 스토리도... 평범과 진부의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지만 주인공들의 감정 묘사가 맘에 들었습니다. 대사도 꽤나 마음에 와 닿았구요.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상당수가 마음에 상처를 품고 있습니다. 1권에서 특히 맘에 들었던 건 두번째 에피소드였는데, <너버스비너스>의 여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대응방식은 철저히 달라요. 이쪽은 슬픔에 분노해서 다시는 상처입지 않게 자신의 껍질 안으로 틀어박혀 버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담담하게 상처를 마음에 품고서 한발 한발 천천히 삶을 살아간다는 태도. 강한 척 하려 하지도 않고 벗어나려 애쓰지도 않습니다. 그저 상황을 받아들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그렇지만 잊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걷는다는 느낌입니다.

어찌 보면 건조하고, 고독해 보이고, 제목처럼 깨끗하고, 연약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들 이면에 상당한 의연함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내용이었습니다.

순정만화엔 사랑이 넘쳐흘러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비추. 아주 약간 센티해지고 싶은 기분이시라면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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