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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ㅣ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 암보스(Ambos) - '양쪽의'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한나는, 자신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들 자신을 강유진이라고 부르는 와중, 과연 '이한나'는 존재했던 사람이었나 혼란스러워진 한나. 설상가상으로 유진의 가족과 친구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아 유진에 대한 정보를 얻을 곳도 없다.
한나는 막막한 현실 앞에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몸의 주인 '강유진'의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한나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너무도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는 유진이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인, 기자 이한나와 소설가 강유진. 같은 날 두 여인은 생사를 헤매게 되고 깨어난 이후엔 두 사람의 몸이 뒤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몸이 뒤바뀔 때까지 서로의 역할을 다하자고 약속하는데..

표지처럼 섬뜩한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소설이었다.(아직도 표지는 볼때마다 섬뜩하다..) 서로의 몸이 뒤바뀐다는 건 소설에선 딱히 낯선 소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소설은 처음부터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사건 진행도 빠른편이었고, 챕터마다 뒤통수를 한대씩 때리는 기분이었다. 사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하는 소설이 복잡하게 느껴질만도 한데 오히려 그 구성이 뒷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더 유발시키는 것 같았다.
강유진이 된 이한나, 이한나가 된 강유진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라곤 없었다. 똑같은 건 29살이라는 나이 하나 뿐. 이한나는 기자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양할 가족들도 많았으며, 빚을 갚으며 궁핍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반면 강유진은 작가이자 은둔형 외톨이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철저히 차단하며, 부모가 남긴 부유한 재산을 가지고 넓은 집에서 홀로 살고 있었다. 서로 원하는 것들이 몸이 뒤바뀌며 이루어졌다는 걸 깨달은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몸이 바뀐 지 343일째, 돌연 이한나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강유진에게 날아든다. 그리고 강유진의 몸을 하고 있던 이한나는 연쇄 살인사건으로 보이는 유진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며 묻혀있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제법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차근차근 이어지고 있었다. 강유진이 쓴 소설을 매개체로 정말 소설같은 상상을 해낸 작가는 매번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굳이 두 사람의 몸이 왜 바뀌었어야 했는가?라는 의문은 몸이 바뀐 뒤 두 사람이 적응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해소시켜나간다. 의욕없고 고열량의 음식을 필요로하며 수많은 약을 챙겨먹어야하는 유진의 몸에 들어간 한나는 그토록 원하는 부를 얻었지만 이런 식으로는 살 수 없다 말하고, 반면 한나의 몸에 들어간 유진은 처음엔 혼란스러워 하지만 한나와 다른 식으로 적응해나간다. 그러나 유진은 몸이 뒤바뀐 지 1년이 채 되기 전 살해당해버린다. 이후 자신의 가족을 찾은 한나는 주변인들이 지난 1년간 이한나는 달라보였다며 추억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된다. 그런 점들을 보면 어쩌면 두 사람이 바뀌게 된 건 필연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소설에선 끝까지 왜 두 사람이 바뀌었어야만 했는지 이유가 나오지 않았으나,나는 어쩌면 서로에게 필요했고 마지막 쯤 나온 문장처럼 서로가 거울을 비춘 것처럼 닮아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리뷰를 쓰기 위해 중간중간 메모한 것을 보며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메모 가득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는 중, 미쳤다, 재밌다라고 도배를 해놨기 때문이다. 그만큼 하나하나 드러나는 진실은 짜임새있게 탄탄했고 심리 묘사도 좋았다. 사실 심리묘사는 500페이지나 되는 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혀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형사의 상상으로 쭉 풀리는 사건의 진상에서는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건 이 이야기가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점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긴장감 술술 그려지는 장면들에, 나는 왠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