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른인 척 -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이진이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슬프지 않은 척
아프면서 아프지 않은 척
힘들면서 힘들지 않은 척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척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질투나지 않는 척
혼자가 익숙한 척
다 괜찮은 척
어른인 척. (84p)
어쩌면 우리는 어른놀이를 하고 있는 걸까?
쫓기듯 사는 삶 속에서 지쳐버려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이상 ~하는 척 할 필요없이, 늦어도 괜찮으니 행복을 찾으라고 말해주었던 '어른인 척'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어른인 척 애써왔던 나날에 대해 말해주는 듯 해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표지부터 따뜻한 느낌의 스웨터 패턴을 가지고 있었기에 또 어떤 이야기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까 기대되기도 했다.

작가 프로필을 보다가 저자가 어릴 때 쓰던 다이어리에서 보았던 일러스트를 그렸던 일러스트레이터 하루라는 것을 알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프로필을 보고 난 후 일러스트가 기억이 나는 게 보면 커다란 눈에 머리를 하나로 묶었던 그 캐릭터를 제법 마음에 들어했었나 보다. 하루일기라는 책도 그렇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더 반가웠다. 비록 일러스트는 조금 달라졌을지라도 따뜻한 감성만은 그대로인 것 같아서.


가끔은 저기 널린 빨래처럼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나를 내버려둘 줄도 알아야 한다. - 76p
작가는 책 속에서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게 묘하게 위로가 되고 와닿는 점도 꽤 있었다.
어딘가 소박해 보이지만, 슬프지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가의 이야기라서일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하는 이야기가 마치 내가 한번 쯤 겪은 일인마냥 낯설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바로 배우러 다니는 편이라
캘리그라피도 배우러 다녔고
바리스타 학원도 다녔고
비누 만들기도 배웠고
이탈리아 요리도 배우러 다녔다.
그런데 문제는 늘 배우면서 즐겁지가 못하다는 것.
자꾸 주변을 둘러보고 비교하게 되고
남들보다 못하면 우울해지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 117p

엄마가 말한다.
"엄마가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막내보다 더 오래 살아서
우리 딸 병수발도 다해주고 염색도 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다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알았재?"
문득
우리 엄마한테도 그런 말 해주는 엄마가 있었을 텐데,
엄마는 그런 엄마 참 많이 보고 싶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 해주는 울 엄마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까. - 262-263p
일러스트가 가득한 책이라 쉽게 읽어나갈 수 있지만 책 속에는 이렇게 중간중간 멈칫 하는 부분이 있었다.
가족에 대해 그리고 어렵고 아팠던 지난날을 곱씹으며 작가는 이야기한다. 더이상 어른인 척 하지 말고 그 감정 그대로를 느끼고 지금의 행복을 찾으라고.
아, 나만 하는 생각이 아니었구나!하는 동질감을 느꼈던 책 '어른인 척' 안에는 삶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그 이외에도 소소한 웃음이 나게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집청소를 한다.
머릿속도 이렇게
털고 정리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198p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여유를 줄 수만 있다면'이라는 말을 전달하고 있는 듯 했던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보기만 해도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일러스트인 것 같다. 처음에 위의 일러스트들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나만 가끔 하는 생각인가 했는데 역시 머릿속이 터질 듯 복잡해지면 하는 생각은 다 비슷한가보다.
마지막 페이지도 작가의 솔직한 표현이 재밌었다. 가끔 자신이 책에 쓴 내용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면 실망할까 걱정하던 작가. 또 예전에 읽었던 책을 뽑아 내용을 물어보면 대답을 하지 못할 거라는 언니의 말에 자신은 기억이 날 것 같다며 걱정하는 작가가 왜 그렇게 공감이 되는지 모르겠다. '기억은 난다 역시나 실천이 어려울 뿐'이라는 인생의 법칙이 작가에게도 통하는 것 같아서인지도... 어쨌든 자신의 책에 대해 기억한다해도 작가의 좌우명이라는 아님말고를 외치며 넘기면 되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불안했구나 싶어 왠지 웃음이 나지만 그 역시 인간적인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을 통해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고 책을 통해 내 일상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