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미술관 -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미술과 함께 사는 이야기
김소은 지음 / 더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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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좀 친해져보면 어떨까?라고 전체에 걸쳐 묻는 것 같았던 책이었다. 미술과 관련없는 전공을 선택하고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예술에 꽂히게 되고, 미술을 배워보고 싶어서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한 뒤에 큐레이터로 일하며 쓴 책. 우리 집 미술관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 집같이 편하게 볼 수 있고, 집처럼 항상 볼 수 있는 그림을 한 번 찾아보자고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만큼 미술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소개해주고 알려주며 한 번 친해져볼래라고 권하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대학생일때 강제로 독특한 컨셉의 미술전시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그림이 너무 예쁜 게 많아서 친구와 그림 하나 사고싶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방대한 사이즈에다 걸어놓을 만한 집이 아니었고 돈없는 학생이라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후엔 가끔 그림 생각이 났다. 그 때 봤던 그림의 잔상은 점점 희미해져가건만 독특한 색감과 기법만큼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여전히 그림 구매는 망설여지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처음 그림을 가지고 싶다라고 생각했을 때가 많이 떠올랐다. 스스로 예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미술에게 느끼는 거리감은 여전했나보다 싶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그림이 사고 싶어진다. 큐레이터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지만, 미술 작품을 어떻게 구매하고 구경하는 방법이 있는지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더 좋았다. 아트페어를 가고 싶어졌고 인스타에서 작품 구경도 하고 싶어졌다. 특히 미술작품을 어렵게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정기적으로 작품을 대여하고 또 꾸준히 구매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살짝씩 볼 수 있어서 인상깊었다. 월급 한번 정도의 돈을 보아 구매할 수 있는 그림이 많다는 정보도 처음 알았고 실제로 그림을 구매하기 전 이것저것 생각해 봐야 하는 정보들도 처음 알았다. 이를테면 작품을 고르기 전엔 취향이나 예산 작품사이즈 그리고 동거인의 취향 등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작품을 구매할 때도 실물 상태를 확인해야하고 작품의 소재와 작가 서명, 이력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미술로 재태크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미술작품을 구매하기 전에 얼마나 가격이 오를지, 재태크 수단으로 좋은 그림이 어느것일지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책에선 큐레이터도 누구도 어떤 그림이 어느정도의 시간에 얼마나 오를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혀둔다. 대신 첫번째로 취향에 맞는 그림을 권하고 있는데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고 말한들 볼 때마다 취향이 아니라 싫은 느낌이 든다면 괴로울 거라고.. 그림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질 수도 있으니 우선 취향에 맞는 그림을 사서 그림이 주는 기쁨을 담뿍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 취향은 어떤 그림이다라고 아직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다보니 분위기 전환과 기분 전환삼아 그림을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긴다. 작은 캔버스라도 그림이 주는 느낌은 그 이상이 될테니까. 어쨌든 큐레이터라는 직업이나 그림구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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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슨 버틀이 말하는 진실 미래주니어노블 8
레슬리 코너 지음, 민지현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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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과수원 집의 아이 메이슨 버틀. 메이슨 버틀은 또래아이들과 달리 몸집이 크고 땀을 엄청나게 흘리며 난독증까지 있는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또래 아이들이 쉽게 하는 단어맞추기는 너무 어렵고 대신 공감각 능력을 가지고 있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딱 봐도 외로울 것 같은 주인공이라 좋은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게 처음의 감상이었다. 이미 좋은 친구가 있었고 불운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메이슨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베니 킬마틴'은 15개월 전 메이슨 가족이 운영하는 사과 과수원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것도 메이슨과 베니 두 사람이 아지트로 삼은 나무 위의 집으로 향하는 사다리 아래에서. 이 사고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어버린 메이슨은 마음 한 구석에서 항상 떠나버린 친구를 그리워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메이슨을 보는 주변 어른들의 시선은 곱지 않고, 심지어 경찰관인 베어드 아저씨는 정기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알아야한다며 메이슨을 찾아와 그 날의 일을 캐묻는다. 이 과정에서 과연 메이슨의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메이슨이 난독증과 공감각 능력으로 남들과 다른 분위기를 풍겨서인지 책의 서술도 약간 왔다갔다하는 느낌이 있었다. 메이슨의 친구 베니가 사고를 당하던 날 메이슨은 뒤늦게 베니가 죽고 나서 발견했다고는 말하지만 무언가 숨겨져있다, 그래서 이게 대체 무언인가라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갔던 것 같다. 베니가 떠나고 새로운 친구인 '캘빈 촘스키'를 만나 점점 상처가 치유되는 걸 보면서도 어느 한 구석으론 무언가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했었다. 호기심이 많으며 설명을 잘해주고 메이슨을 불쾌해하지 않는 캘빈은 메이슨과 함께 창고를 아지트로 개조해 벽면과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가족간의 교류도 활발하고 언뜻보면 구김살없이 긍정적인 친구들로 보이나 사실 캘빈과 메이슨은 또래 아이들이자 이웃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던지는 사과를 맞으며 쫓기고 괴롭히는 아이의 눈에 띄지 않으려 아지트로 숨어들고. 이렇게까지 약자 포지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덕분에 두 사람의 우정이 공고해지긴 했지만. 


이 소설은 책의 후반부쯤에야 숨겨져있던 진실이 드러난다. 메이슨의 절친한 친구였던 베니. 베니의 죽음에 얽힌 사실을 보면서 어쩌면 혹시나 생각했던 부분이 맞아떨어져 더 화가나기도 했다. 독자인 나는 소설을 보며 양심도 없나 싶었지만.. 청소년 소설이라 그런지 소설의 주인공은 굉장히 선했다. 착하디 착해서 속터지게 만드는 악역을 이렇게 넘기는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악역 외에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있었다. 특히 메이슨의 친구로 활약했던 캘빈의 성격이 너무 좋았고 가족들까지도 따뜻한 분들이라 기억에 남았다. 메이슨을 도와줬던 스우프의 블리니 선생님과 말을 하면 글이 써지던 시스템 드래곤을 비롯해 자립심을 키우려던 친구 애널리세타도 마찬가지. 드래곤이라고 불리는 컴퓨터의 시스템에서만 속 시원히 자신의 할 말을 어느것이든 할 수 있는 메이슨의 모습이 짠하기도 했다. 마침내 그렇게 쓰여진 글로 메이슨이 이해받았다는 것도 그랬다. 어쨌든 소설의 결말에서 메이슨은 다시 평화를 되찾고 사과 과수원도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간다. 그래도 크게 보면 우정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 같아서 만족스러운 결말을 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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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1 : 작은 거인의 땅 -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쿠키런 킹덤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1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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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열심히 하고 있는 게임이라 괜히 궁금해졌던 쿠키런 킹덤의 코믹북. 사실 쿠키런 시리즈는 오븐브레이크 때부터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 캐릭터부터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킹덤의 코믹북에선 용감한 쿠키가 기억을 잃었다는 다소 신선한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쿠키런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캐릭터이자 스스로 마녀의 오븐을 탈출해 모험을 떠난 용감한 쿠키가 만화의 주인공은 맞다. 다만 오븐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도 모른 채 '이상한 소리가 나는 숲'에서 불길한 푸른 빛과 함께 갑자기 나타났다는 게 다를 뿐이다. 어쩌다 기억을 잃고 숲에 나타나게 된 용감한 쿠키와, 쓰러진 용감한 쿠키를 발견한 다른 쿠키 일행들 그리고 푸른 빛을 보고 용감한 쿠키가 예언의 열쇠라고 생각해 뒤쫓는 감초맛 쿠키까지. 과연 코믹북이 그리는 스토리는 어떻게 될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보았다.


동명의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를 좋아했었다. 게임 스토리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용감한 쿠키를 주축으로 모험을 하면서 악의 축으로 규정된 세력이 있고, 고대에 그 악의 세력을 봉인했었던 영웅들이 있으며 용감한 쿠키 일행은 다른 쿠키들을 만나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킹덤의 코믹북을 보니 기본적인 틀은 같지만 요소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어 전혀 다른 이야기로 봐야할 것 같았다. 1권만 읽어서 장담은 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킹덤에 있었던 캐릭터들도 나올 것 같긴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못 봐서 아쉽기도 했고. 어쨌든 아무래도 아이들이 보는 책이다보니 훨씬 모험요소와 개그요소가 강해졌고 스토리가 쉽고 재밌게 구성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쿠키들이 귀여우니 동명의 게임을 한다면 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킹덤 코믹북 1권에서는 용감한 쿠키와 친구들이 용감한 쿠키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작은 거인의 땅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들린 곰젤리 마을에서 착취당하는 곰젤리들을 만난다. 곰젤리들을 착취하는 건 감초맛 쿠키의 부하 초코크림 늑대 망치맨. 망치맨은 용감한 쿠키 일행을 잡아 감초맛 쿠키에게 데려가려고 한다. 그리고 딱 궁금한 부분에서 끊어졌는데, 바로 뒤쪽엔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것처럼 퀴즈들이 이어진다. 논리력을 키울 수 있는 거짓말을 하는 쿠키를 가리는 퀴즈,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옳은 문장을 고르는 퀴즈,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중간 장면의 이야기를 써보는 퀴즈,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다른 그림 찾기 퀴즈, 이렇게 4가지가 수록되어 있었다. 학습만화는 아니었지만 뒤쪽에 수록된 퀴즈도 그렇고 내용도 괜찮아서 아이와 함께 봐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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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처럼 살아간다 - 의심과 불안과 절망을 건너는 8가지 방법
게리 퍼거슨 지음, 이유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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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만듦새부터 독특했던 '자연처럼 살아간다'. 일반 단행본처럼 무선제본 방식이 아닌 사철제본 방식에 책등을 덮는 이중 커버가 없어서 제목이 보이지 않았고 덕분에 분위기부터 남달랐다. 어쨌거나 펼치기 전부터 내용을 떠나 편하게 보기엔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해서인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하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표지에 크게 그려진 숫자 8이 의미하듯 책에서는 자연과 함께, 자연에게 삶의 의미를 배우는 방법이 8가지로 나뉘어져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어린 시절 자연환경을 마음껏 접하며 살아갔던 걸 보며 신기하기도 했고 부러워지기도 했으며, 유기적인 자연환경을 이야기하며 말해주는 지식은 더 신기하게 여기며 읽어갔다. 이런 주제를 가진 책이라면 꼭 나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란 쉽게 생각해서만은 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가진 치유력을 오롯이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에게 내줘야하는 시간과 마음이 있어야함을 느끼는 동시에, 과연 그런 시간과 마음을 낼 여유가 있을지부터 생각해보면 쉽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건 개인적으로 한 생각일 뿐이지만. 책의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책에선 각각의 장에 8개의 주제를 담고 있다. 신비로움, 상호 의존, 다양성, 여성성, 유대, 효율성, 예술, 성장. 각각의 주제가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엮어낸 책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초반에 저자가 밝혀두길 460억 년 동안 계속 이어내려온 식물들, 즉 우리 주위에 있는 식물은 가장 좋은 것들이란 말도 기억에 남았다. 주변에 존재해왔던 자연물을 크게 인식하지 않고 살아갔던 나날이 많지만 가끔은 주변의 자연을 인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살아가는 동안 한결같이 한 자리에 있었을 뿐인 자연의 이야기에 교훈을 담아내어 빠르게 읽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찬찬히 읽어보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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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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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의 신작 '문명'. 문명은 예전에 출간했던 소설 '고양이'의 연작으로 총 3부작 중의 두 번째 이야기였다. 사실 이 정보를 도서를 받아보고 나서야 알게 되어서 '고양이'를 읽어보지 않은 나는 걱정을 많이 하면서 시작했다. 읽기에 앞서서 '고양이'라는 소설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잠깐 책정보만 보고 읽었는데 결과만 말하면 그 정도만 알아도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소설이 출간된 뒤에 약간의 텀이 있어서였는지 '문명'의 1권에서도 주인공 고양이인 바스테트가 자신이 누구인지, 또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처한 상황이 어떤지 간략히 알려주고 시작한다. 

원래 집사가 있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었던 바스테트는 어느 날 광신주의자들의 테러와 거리에 넘쳐나는 쥐들이 옮기는 전염병 페스트로 인간 문명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일을 겪는다. 바스테트는 곧 건너편에 새로 이사온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고, 피타고라스의 두 눈 사이에 있는 usb단자의 구멍을 제3의 눈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게되었으며 usb 단자로 피타고라스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인터넷에 접속해 방대한 지식을 얻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그리고 모종의 사건으로 바스테트의 집사가 습격당하고 집사와 바스테트 피타고라스는 쥐와 광신주의자들을 피해가며 새로운 정착지로 향한다. 가는동안 동료도 늘었지만 쥐들의 습격은 멈추지 않았고 불을 이용해 쥐들을 막아낸 뒤에 정착지인 시뉴섬에서 공동체를 건설할 준비를 한다. 그로부터 여섯 달. '문명'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의 소설인만큼 책은 금방 읽혔다. 워낙 가독성이 좋았지만 주인공인 고양이 바스테트의 성격 또한 매력적이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암컷 고양이임을 내세우며 인간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자아도취형의 성격이었는데 이게 묘하게 귀엽게 느껴졌고 상대적으로 모험을 즐기지 않고 싸움을 회피하려고 하는 수컷 고양이이자 바스테트의 반려격인 피타고라스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고양이이다보니 인간의 관점이나 윤리로 보기엔 낯선 행동들이 눈에 띄었다. 여러명의 수컷들과 교미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가 좀 더 인간문명에 익숙한 피타고라스가 상처받자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바스테트라던가 사랑과 연민, 유머와 예술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좁은 세계에서 자신이 제일 위대하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모습 등 분명히 서툰 모습들이 보인다. 분명 아들이 있는 어미 고양이건만 어떤 한편으로는 고집있는 아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귀여운 동생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바스테트의 눈에 비친 집사 나탈리의 반응이 아마 독자의 반응과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을 집에 데리고 살다가 너무 친해져서 <주인>이라고 부르는 고양이가 어디 한둘이어야지.

나는 절대 그렇게는 못 해. 인간이 우리를 받들어 모셔야지, 그 반대는 말이 안 돼.

- 1권 59p


소설은 철저히 바스테트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바스테트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고양이와 동물들이 인간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깔고 시작한다. 어느 동물도 인간에게 희생양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고 심지어 문명을 마구잡이고 파괴하고 인간들을 학살하다못해 모든 동물들을 공격하는 쥐들에 관해서도 바스테트는 묘한 입장을 취한다. 서로 이야기를 하고 다음 세대들이 모두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생명계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조화롭게 작동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이롭다(2권 260p)라고 말하는 입장인 셈이다. 사실 고양이 문명을 세우겠다고 해서 책을 읽기 전엔 어떤 식으로 문명을 재건하고 인간과의 관계는 어떨지 미리 상상해 봤었다. 인간의 손을 타지 않고 하나의 고립된 문명을 만들지 않을까 했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과 바스테트가 그리는 문명은 그보다 폭이 넓었고 깊이도 있었다. 하나의 문명을 만들기 위해 일관된 하나의 요소가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 사실 바스테트도 은연중에 느꼈을지 모른다. 이미 사자를 동료로 받아들이고 인간과 함께 파라다이스를 세우려고 했었으니까.

어쨌든 간에 분명 흥미로운 글임에도 가볍게만 읽을 수 없었던 건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동물들이 인간에게 받은 피해가 상당했다는 걸 되짚어주었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주인공 일행이 고기용으로 사육되던 돼지의 재판에 끌려가 인간 대표로 형을 선고받을 때라던가, 재판에서 인간들의 죄를 고발하던 소와 거위 등등과 더불어 잔혹한 실험을 겪었던 실험쥐로 살아남아 쥐들의 우두머리가 된 티무르의 이야기는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을 계속 자극했었다. 집사에게 사랑받으며 안락한 삶을 누렸던 고양이인 바스테트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이지만 인간인 독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어서 더 그랬다. 그런 내용을 위해 계속 제3의눈을 가진 동물들의 숫자가 늘어나 남용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말이다.

소설 '문명'은 쥐들이 세상을 대부분 장악하고 파괴하려는 세상 속에서 진행된다. 오로지 파괴를 일삼고 인간 학살을 꿈꾸며 잔혹한 작전을 시행하는 쥐들의 우두머리인 티무르와 달리 가끔 변덕스럽고 고집스럽지만 용감하고 결단력있는 고양이 바스테트는 처음부터 인간과 호의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그래서 인간의 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웠고 집사인 나탈리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인간의 문명을 고양이가 대체하기 위해선 사랑과 유머 예술을 이해해야한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이며 노력한다. 2권의 초반부에서 약간의 변화를 겪은 뒤 바스테트는 나탈리가 말한 것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해서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그 이전에는 천방지축인 느낌이 강했다면 이후론 좀 더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인간화 되어가는 고양이라는 말을 들으면 주인공인 바스테트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쥐들이 세상을 뒤덮은 세계에서 고양이의 이야기를 글로, 종이책으로 펴내야한다는 소명을 가진 바스테트의 앞날은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영혼이 있단다. 모든 존재를 관통하는 어떤 생명 에너지가 있다고 나는 믿어.

각각의 존재가 가진 최소한의 공통분모가 바로 그 에너지지.

그것에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 연결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돼.

- 2권 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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