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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켄 돌란-델 베치오.낸시 색스턴-로페즈 지음, 이지애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5월
평점 :
아주 작고 얇은 책이다.
택배 봉투를 뜯어보니 어지간한 시집만큼의 크기의 조그마한 책이 굴러 나와 약간 당황했다.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크고 두께는 고작 휴대전화기 만큼 될까 싶은.
'뭐지 이건…?'하면서 책갈피를 휘휘 넘기는데, 머리말의 문장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우리 책은 분량이 짧고(슬픔에 빠진 분들은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읽기 쉽고, 개인적이며 실질적인 조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다정하고, 섬세한 배려라는 생각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왈칵 쏟아진다.
나는 늙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산다.
각각 열다섯 살과 열한 살. 작고 작은 새끼 고양이 시절부터 함께 살아왔다. 아이들과의 이별에 대해 될 수 있는 대로 생각도 상상도 하지 않고 강하게 부정하며 오랜 세월을 지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아이들이 실제로 '늙은 고양이'가 되어가는 것을 실감하면서부터는 내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오래 알고 지켜보던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는 것을 보면서 내 아이들의 미래를 공포로만 대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주 구체적으로 준비해서 대처 매뉴얼을 만들어 두라는 실질적인 조언도 받은 바 있다.
나처럼 반려동물과 오래 살면서 이런저런 직·간접적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다 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그렇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도 다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심리 치료사이자 다양한 동물의 반려인인 두 사람의 저자, 켄 돌란-델 베치오와 낸시 색스턴-로페즈가 자신들의 경험은 물론 오랫동안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축적한 정보와 감정이 담겨있다.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간결하고 다정하다.
- 매 장마다 <핵심정리>가 있다. 힘들다면 이것 먼저 읽어봐도 좋다.
-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반응에서 자신을 보호할 방법까지 안내한다.
(찾아보기 - 3장 사람에 따라 아파하는 방식은 다르다 / 6.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2. 실질적이고 섬세하다.
-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에 대해 미리, 자세하게 알려준다. 미국에서 집필된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실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찾아보기 - 8장 많은 이들이 안락사 결정을 두고 고민한다 / 10장 남겨진 반려동물의 몸은 어떻게 할까 / 11장 장례식, 추모 장소 및 그 외 추모식)
- 심리 상담사답게 반려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배려한다. 죽음과 관련된 감정의 혼란, 다양한 정신적, 육체적 반응에 대해 "괜찮다"고 말하며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방법을 알려준다. 상실이 쉽게 극복되지 않아 정신의 건강을 잃은 경우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역시 우리나라의 실정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단, 국내에는 집단 상담이 크게 도입되어있지 않고, 특히 펫로스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상태이다.)
(찾아보기 - 1장 사랑과 상심(傷心)의 순환 / 2장 이렇게 아픈 게 정상인 걸까? / 13장 상담사에게 상담받기)
3. 상실, 그 너머를 조언한다.
- 슬픔을 어느 정도 극복한 이후의 삶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상심을 극복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 다른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 고려할 사항 등을 알려준다.
(찾아보기 - 12장 다른 반려동물을 데려와야 할까? /14장 기쁨이 다시 찾아온 걸 환영하기 / 15장 상심의 교훈 유지하기)
반려동물과의 이별 과정은 천천히 진행될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같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고 해서 실제로 벌어진 이별에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굳이 웰다잉(Well-dying) 운운하지 않더라도, 사전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겠지만 어디서 장례를 치러야 할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 정도는 사전에 파악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꼼꼼한 준비를 도울 뿐 아니라, 다가올, 혹은 이미 닥친 이별에 작은 위로도 건네줄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십수 년 차 반려인이라면 대략 알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는 것을 논리정연하고 친절하게 정리한 글로 마주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 이 리뷰는 출판서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 책은 분량이 짧고(슬픔에 빠진 분들은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읽기 쉽고, 개인적이며 실질적인 조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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