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시아 제46호 2017.가을 - 이 사람 An Asian Profile : 북한이탈주민 - 팔과 다리의 가격
아시아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각 출판사들이 분기별로 발간하는 계간지는 별로 읽지 않는 편이었다. 내용이 생각보다 방대하고, 다양한 분야의 글을 다루다 보니 관심 가는 것만 골라읽고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그렇지만 이번에 계간 아시아 가을호를 읽게 된 것은 정말로 뜻깊은 일이었다. 

머리말을 지나 커버스토리 격인 '이 사람' 꼭지는 장강명이 북한 이탈 주민의 삶을 이야기로 재구성한 「팔과 다리의 가격」이다. "아! 그래! 장강명은 기자 출신이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마치 르포를 연상시키면서도 '소년'의 이야기를 충실히 재구성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북한 대기근 기간에 사고로 한 팔과 한 다리를 잃었고, 탈북하여 한국으로 이주한 후에는 북한 탈북 이주민의 인권단체 NUAH를 조직해 활동 중인 지석훈 대표의 이야기이다. 300만 명이 죽었다더라는 황장엽의 발언 (가장 정확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망자 집계는 33만), 공중파에 방영된 꽃제비 아이들의 충격적인 모습을 기억하는 세대이건 아니건, 그 시절의 지옥도는 활자를 타고 생생하게 춤춘다. 

시 부문에는 이란과 한국, 중국의 시인들이 골고루 소개되어 즐겁게 읽었고, 안도현 시인의 시들이 영문으로 번역되어 수록되었다. 

영어 번역문만 실려있는 구병모 작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는 창비에 수록된 단편이었던 모양. 팔로잉은 딸랑 3명이지만 팔로워는 5만 명인 어느 소설가의 트윗질 이야기인데, 일부러 P.C.라고 점을 콕콕 박아서 중의적 느낌을 살린다. P.C.는 해당 소설가의 이름이자(P 씨였던 모양?) 트위터의 도덕률인 political correctness를 뜻한다. 결국 트위터 상의 쌈박질에 대한 이야기.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소련에 거주하던 한인 작가 한진의 「두려움」과 베트남 작가 응웬 옥 뜨의 「막막한 인간의 바다」였다.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은 문화권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뻤고, 동시에 비극적 역사의 모습을 마주하며 숙연해졌다. 
한진의 「두려움」은 스탈린 정권이 연변에 거주하던 한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키고 세운 제한 거주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소련 내 하나뿐인 조선학교를 뺏길 위기에 처하고, 조선에서 고이 옮겨온 서적들이 불에 탈 위기에 처한 것을 목격한 '이 선생'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 작품에 이어 '고려인과 1937년 강제 이주'라는 해설이 추가되어 있는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무작위로 태워 수없는 인명을 희생하던 이주의 역사를 친절하게 풀어놓았다. 

베트남 작가 응웬 옥 뜨의 「막막한 인간의 바다」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둬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전쟁의 상흔이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주인공 '피'는 아버지가 전쟁에 나갔던 동안 태어난 아이다. 아버지가 돌아와 '몸이 얼어붙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는다. 다른 남자와 놀아난 것인지, 전쟁통에 몹쓸 짓을 당한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던 것... '둘 사이에 애정이 남았다면 아이는 내가 맡을 테니, 너희 부부는 도시로 가라'는 외할머니의 충고에 부모님은 '피'를 두고 도시로 간다. 외할머니의 한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만, '피'는 외롭다. 천성이 공부보단 노래하고 춤추는 것에 재주가 있어 극단을 떠돌며 홀로 살아간다. '머리 좀 잘라라'라고 잔소리해주던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서른이 넘은 '피'에게는 아무도 없다. 그러다가 새 '빔빕'과 함께 옆집에 이사 온 '사우' 노인이 '머리카락 좀 자르라'는 잔소리를 한 인연으로 친구가 되고, 일 년 반이 넘어 노인은 '빔빕'을 맡기고 떠나간 아내를 찾아 길을 나선다. 그리고 '피'와 '빔빕'은 막막한 인간의 바다에 홀로 남겨졌다. 

 「팔과 다리의 가격」,  「두려움」, 「막막한 인간의 바다」 세 작품을 만난 것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고, 곳곳에 수록된 서평들도 즐겁게 읽었다. 책 마지막에 「인도 영어 문학의 다양성, 통일성, 혼종성」이란 글도, 인도 출신 작가의 영문 작품을 읽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었다. 

계간 아시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바이링구얼 잡지'라고 할까? 
한글과 영어가 병기되어있는데, 전체가 그렇지도 않다는 점. 작품이나 기고문 자체는 한글이나 영어만 실려있고, 작가노트와 서평은 한글과 영어가 병기되어 있어서... 약간 혼란을 주기도 한다. 궁금해서 도서출판 아시아의 출판 이력을 검색해보니 한국 문학 작품의 영문 출판에 주력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름의 편집 방침인가 보다... 싶어 이해가 갔다. 

한국에서 이런 형식으로 출간되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우리 문학을 소개하고 해외 지식인들과 교류하는 현장을 살짝 엿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 - 천부적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영어의 역사
필립 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허니와이즈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영어의 역사를 쭉 훑어볼 수 있는 책. 원어민이 흥미있어할 내용. 전세계 공용어로써의 위상은 글쎄. 박스와 책날개에 이런 저런 정보를 많이 채워놨는데, 내용은 알차지만 독서의 흐름을 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스가 아쓰코 에세이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네치아의 종소리>가 너무 좋아서 에세이를 전부 구입했다. 이 책은 세상을 떠났거나 멀리 흩어진 사람들을 추억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느껴지는 감정이 더 깊고 진하다. 전작이 여덟권 뿐인데 많이 팔려서 나머지도 전부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에세이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상, 회한. 노년에 이르러 과거를 돌아보려 담담히 적어내려간 기억. 훌륭하다. 다 읽자마자 나머지 두권의 에세이도 곧바로 구입했을 정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 블로거 말만 믿고 읽어보지도 않고선 번역이 어쩌고 하며 별점 테러하는거 되게 웃김. 물론 오역은 나와선 안되는게 맞지만 해석과 한글 표현상의 차이인 경우도 많음. 번역의 품질을 따지려면 한 페이지에 오역에 몇 개네 세고 앉아있기보단 완성된 한글문장의 품질을 따지는게 맞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OOM46 2017-09-2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아래 제 리뷰를 별점 테러로 보신거면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 밝혀요. 중간까지 읽다가 완독을 포기한 독자이고 웃겨드리려고 별점테러하고 번역 어쩌고 한 것이 아니라 작품에 걸맞게 좋은 번역서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쓴 글입니다.

null 2017-09-2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당나귀 님 평을 보고 남긴 말은 아닙니다. 예시까지 들어서 반박하시는 분이 책을 읽지도 않으셨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