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의 탄생 -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는 저장음식
게리 앨런 지음, 문수민 옮김 / 재승출판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일종의 역사 이야기일까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는데, 아니 이게 뭐람.

1장은 '보존식품의 위험'이란 제목으로, 식품의 적절한 보관에 실패해 오염된 식재료를 섭취했을 경우의 오만가지 위험성에 대해 아주 시시콜콜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래서...머...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라며 기가 질려 더듬더듬 2장으로 넘어가면 아홉 가지로 정리한 과거의 대표적 보존법을 소개한다. (건조/염장/훈연/공기 차단/염지 및 발효/초절임/당절임/산/지방)

2장에서 소개하는 음식의 절반 가까이는 뭐가 뭔지 솔직히 모르겠다.... 만, 대표적으로 추려낸 보존 방식만 아홉 가지나 된다는 사실이 재밌게 느껴진다. 


3장에서는 현대의 보존법을 소개한다. 통조림/병조림을 이용해 음식을 멸균하여 보존하는 방식은 나폴레옹 정부가 야전 식량 효율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식품보존법 개발 공모전(?)을 낸 것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식량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19세기 기술혁신의 물결을 타고 각종 보존 기법이 발달하며, 통조림 법 외에도 농축/저온살균/냉동/화학적 방부제 사용/방사선처리/고압 처리/허들 기술 등 식재료의 특성에 따른 여러 가지 보존법이 개발되기도 한다. 


4장은 가장 재밌으면서도 어리둥절한 부분이었다. '주요 보존식품'을 정리한 챕터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모르는 음식'은 2장보다 훠얼씬 많다. 

분류만해도 열두 가지로, 육류/생선류/갑각류/패류 및 복족류/문어 및 오징어류/가금류/곡류 및 콩류/유제품과 알류/과채류/탄수화물/음료/디저트...로 정리되어 있고, 각 분류별로, 여러 나라의 보존 음식이 소개되는데, 서구권의 음식을 주로 다루기도 하지만, 남미나 아시아의 음식도 꽤나 포함되어 있어서,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감탄하면서도 눈이 휘둥그레지고, 앞 페이지의 음식과 다음 페이지의 음식이 헷갈리기도 하다가, 또 다음 페이지의 사진을 보며 입맛을 다시기도 하고, 어쩌다 먹어본 음식이 나오면 허기를 참으며 책장을 넘겼다. 


5장은 짧지만 가장 얻을 것이 많은 부분이다. 지리적 여건에 따라 발달한 보존법을 살펴본다. 기후, 언어, 종교 등의 지역별 특성이 보존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고춧가루가 널리 쓰인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 토마토가 보급된 것도 신대륙 발견 이후의 일이고, 19세기에 건 파스타가 대량생산되기 전까지는 파스타가 이렇게까지 대중적인 음식이 아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며 시작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종교와 문화가 음식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종교적으로 특정 음식을 권장하기보다는 금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하는 문화적 배경이 정말 흥미로웠다. 다른 초식동물과 달리, 돼지는 잡식을 하고, 그늘진 공간과 습도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는 인간의 식량을 나눠먹고, 인간의 주거 공간을 나눠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돼지우리의 냄새나 위생상의 문제가 덤으로 얹힌다. 다른 초식동물들은 인간이 먹지 않는 목초를 먹고, 젖을 제공하거나, 노동력을 제공하는데 비하면, 돼지는 한마디로 경제적 활용성이 떨어지므로 지도계층 차원에서 금지했다는 이야기다. 이슬람교 신자가 많지만, 양돈에 적합한 환경인 인도네시아는 돼지고기 요리를 즐긴다는 점이 특이점이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6장에서는 주식 외의 식재료 보존법을 소개한다.

올리브나 올리브유, 각종 시럽류와 술, 동양의 장류, 향신료 등을 간략히 다루고 있다. 


각 장마다 박스 속에 16~19세기 고대의 검증되지 않은 식품 보존법을 짤막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경고한 대로 따라 해선 안 될 것 같은 방법들이 상당히 많다. 깨알같이 이런저런 음식들을 소개하는 흐름을 따라가다가 잠시 눈을 멈추고 헛웃음을 터트릴 만한 쉼터가 될 듯하다. 


글머리에 밝혔듯 일종의 역사를 기대했는데, 이 책은 역사도 다루고 있지만, 통조림 및 식품 보존법 전반에 대한 깨알 같은 지식을 총망라한 책이다. 

재밌게 읽으면서 아는 음식이 나오면 반가워하고, 뭔지 모르겠으면 그냥 넘기거나 상상해보거나 독자 마음대로, 사진이 등장하면 그 맛을 상상해보며 책장을 넘기면, 충분히 즐겁게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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