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달리 멍멍타로 보름달문고 106
은소홀 지음, 김수영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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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레인》으로 유명한 은소홀 작가님의 오랜만의 신작이라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제목과 그림체만 보고서는 '가벼운 판타지 동화려나?' 생각했는데, 책을 덮을 때의 느낌은 묵직하고 먹먹한 감정이 오래 남았다.



주인공 남달리는 강아지와 '연결'되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강아지와 연결되고 나면 그들이 느끼는 방식 그대로 세상을 감각할 수 있다. 평소에는 평범한 열세 살 아이지만 개와 연결되는 순간, 그들의 두려움과 기쁨, 외로움과 고통까지 고스란히 느낀다. 달리의 엄마 하나씨는 달리가 이 능력으로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고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열세 살 생일이면 모든게 끝나게 되리라 믿고 있다. 자신 때문에 엄마 아빠가 헤어졌다 생각하고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주지 않는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달리는 돈을 모아 가출을 하려고 한다. 달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 '멍멍타로'를 하며 돈을 모아간다. 그러다 같은 학교 친구 송제인의 의뢰를 계기로 감춰진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한 마리의 강아지를 구하는 일을 넘어 사람들의 상처와 거짓말, 사랑의 본모습까지 알아가게 된다. (출판사 줄거리 참고하였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른들과 아이들의 태도였다.

어른들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숨긴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선택이지만, 아이들은 그 마음보다 감춰진 진실과 설명하지 않는 침묵으로 더 큰 상처를 받는다. "널 위해서야."라는 말은 상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을 감추기 위한 변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하나, 레몬 하나, 후추 세 스푼. 물 하나, 레몬 하나, 후추 세 스푼' (달리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주문.)

반대로 아이들은 담담하면서도 용감하다.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는 진실을 마주해야하는 순간에도, 저주라고밖엔 할 수 없을 아픔을 느꼈던 순간에도 도망치기보다 소중한 걸 지키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용기있게 행동한다.


그동안 엄마 몰래 타로 하면서 강아지들에게 한 가지 배운 게 있어요. 겁쟁이는 겁쟁이 나름대로 소중한 걸 지키는 방법이 있다는 걸요.(194쪽)

이 작품은 반려동물 복제와 생명윤리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잘 풀어내고 있어서 좋았다. 사랑하는 존재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하지만 그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세워져도 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과 사랑에서 관계가 만들어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럭키를 처음 본 순간 엄마는 사랑에 빠진 거야.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건 그런 거였어. 하나가 된 것처럼 기쁘고, 슬프고, 아프기도 한 그런 거." 212쪽

책의 마지막에서 달리가 오랜 운명의 시작이 결국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른 존재에 대한 커다란 사랑을 품는 순간, 그리고 그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그 이해는 사람과 사람 사이뿐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동물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전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정말 사랑하는 존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다. 재밌는 이야기를 기대하며 펼쳤던 책에서 먹먹한 여운을 남기게 되어 이 책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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