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 무명이 ㅣ 손잡는 나무
신여랑 지음, 클로이 그림 / 씨드북(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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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화를 배경으로 설정한 <서천꽃밭 무명이>는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슬픔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주 4.3 사건이 함께 떠오른다. 책 제목에도 담겨있는 ‘무명이’라는 이름도 단순히 책 속 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

제주 4.3사건은 오랫동안 제대로 말해지지 못했던 역사다. 이유도 모른 채 가족을 잃고, 마을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제대로 소리내지 못한채 긴 세월을 그저 견뎌내야 했다. 이름조차 부르지 못한 긴 세월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기억되지 못한채, 기록되지 못한 채, ‘무명’으로 남겨졌다.

<서천꽃밭 무명이>는 직접적으로 제주 4.3사건을 드러내지 않는다. 주인공의 아픈 사연을 직접적으로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더 여운이 길게 남는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린 자기 이름을 찾아 제 몫의 동자꽃을 피우고 싶어하는 무명이를 보며 자기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알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들 마음을 이해해보고, 기억하고, 우리의 세상이 더 평화롭게 되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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