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색 원피스를 입은 여동생이 매일 손잡고 다니는 오빠는 새벽에 일 나가시는 부모님 대신 학교도 가지 않고 하루종일 동생을 돌본다. 아직은 철부지 동생의 곁을 지키며 빨리 어른이 되고싶어하는 오빠는 동생에게는 항상 든든한 등을 내어주는 힘센 사람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장면에 아빠의 등에 업힌 오빠의 모습은 아직 어린아이의 모습이다.처음 겉표지를 보았을 때 느낌은 남매의 사랑을 그린 동화 중에서 귀엽고 앙증 맞은 분위기를 예상했다.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느껴지는 속깊은 남자아이의 하루가 무거웠다. 불행은 모든 사람에게 시련이겠지만 어린아이에게는 더 가혹할 것이다. 그런데 여동생은 오빠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어두운 구석이 없다. 꽃과 나무 구름에게 인사를 하다가 힘들면 오빠 등에 업히면 된다.특이하게도 <오빠와 손잡고>에서는 4가지 색만 존재한다. 배경은 주로 흰색이고 활자와 그림은 검정색이다. 오빠의 모자 파랑색과 여동생의 원피스 노랑색을 제외하고는 흑백의 대비를 이루는 삽화가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암울한 분위기를 끌어간다. 담묵과 굵고 가는 선 그리고 여백의 효과를 살리는 가운데 여동생의 목소리가 실린 짧은 글은 어린 화자의 순수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잘 쪼개어 보여준다.20여 년 전 철거 현장을 목격한 뒤 10년 전 초안을 만들고 2020년에 세상에 내놓은 전미화 작가님이 쓰고 그린 책으로 <눈썹 올라간 철이> <씩씩해요> <미영이> 등이 있다. 그림책을 통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가난과 싸우면서도 현실과 마주해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전미화 작가님을 알게 되어 기쁘다.( #출판사에서제공받은도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