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김한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5월
평점 :
어렸을 때, 어머니가 했던 말이 있다. 순리대로 모든 일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순리대로 모든 일을 하기란 정말 힘들다.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순리대로 하지 않아 그르친 일들이 종종 있었다. 점점 나이가 드니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순리대로 해라.
이 책의 처음도 ‘순리’에 관한 말이 나온다. 모든 것이 인과관계에 따라 움직이기에, 인과관계를 항상 생각하며 모든 일을 처리하라고 스님은 이 책에서 말한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순리대로 하기란 쉽지 않다. 인과관계를 생각하기보단 내가 우선시 된다. 그러다보니 항상 문제가 생기고,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꾸 밖으로 찾는 내 자신을 바라본다. 스님은 인과관계 속에서 모든 것을 바라볼 때 진정한 깨달음이 주어진다고 화두를 던진다.
사실 성파 스님은 흔히 말해 스펙이 좋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고, 서당에서 배움을 이어나갔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항상 배움에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시간이 스님을 종정 즉 사찰의 제일 큰 어른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일이 공부이고 공부가 일입니다. 그리 살아야 행복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라는 스님의 정신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배움과 일을 하나로 묶어 부처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한 스님의 정신은 귀감이 된다. 일반인인 나는 공부와 일을 따로 놓고 본다. 그러니 일이 끝나고 공부를 하는 과정을 매우 힘들어 한다. 자기 개발을 위해, 그리고 회사 생활을 위해 공부의 정진해야함에도 당장 먹고 사는 것이 먼저라며 공부를 뒤전에 둘 때가 많았다. 그러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공부와 일은 하나라는 생각, 모든 것이 배움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스님의 공부는 다양했다. 전통 불교 문화 계승을 위해 천연 염색, 옷칠기법을 배웠다. 옷칠기법은 새로운 기술로 스님이 개발시켜 건축, 발우, 탱화 등으로 확대시켰다. 또한 28년간 도자기를 구어 도자 삼천불과 16만 도자대장경을 조성하고, 이를 모시기 위해 장경각을 건립했다. 문득 이런 생각을 들었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들고, 어려운 일, 그리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은 일에 스님을 왜 이리 열심히 하실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본인 역시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 많은 외로움을 느끼셨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스님은 마지막 구절에서 모든 것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으셨다는 말을 듣고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으면 누군가 알아달라고 자기 PR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성파 스님처럼 묵묵히 자기 일을 감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공이산이란 말이 있다. 이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나간다면 마침내 큰일을 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그 일을 계속해 나가다보면 마침내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그리고 스님의 가르침대로 묵묵히 나의 공부를 내 자신을 위해 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겠다.
@샘터사 봄여름 단행본 물방울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주관적 서평임을 밝힙니다.
#일하며공부하며공부하며일하며 #성파스님 #에세이 #샘터 #샘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