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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평점 :
빈센트 반 고흐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이기에 미술책 외에도 다양한 교양서나 미디어에서 심심찮게 다루어지는 인물이다. 방대한 미술사를 단 한 권에 녹여낸 서양미술사에서부터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 속의 네덜란드 대표 작가로까지... 참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그이지만 정작 고흐의 그림을 함께보며 일대기를 설명해주는 책은 내 기준에서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가 처음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고흐의 내면과 외적인 상황들을 어린시절부터 쭈욱 그려온 그의 그림들과 함께 알아가보는 서적이다.
고흐는 유난히 새들의 집인 둥지를 좋아했다고 한다. 둥지를 떼어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 돈을 주고 사기고 했고, 직접 나무에 올라 둥지를 가져올만큼.
그렇게 둥지를 그리고 싶었던 이유가 고흐의 삶에선 아늑한 둥지가 없었기 때문이란 사실이 읽는 내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어려서부터 근엄한 부모 아래서 따스한 온기를 느끼지 못한 채 자란 고흐.
연인을 만나서도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로 세 번이나 헤어져야 했던 고흐. (가족의 반대 말고도 여인이 고흐를 떠나거나, 여인의 가족들이 연애를 반대하기도 한다)
소년 시절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 스물여덟에 드디어 화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림 한 점 팔지 못한 채 서른이 넘도록 동생 테오가 보내주는 돈에 의지해 살아야 했던 고흐. (그 당시는 밝고 경쾌한 인상주의 작품이 인기있던 때라 시대를 앞서간 그의 작품은 등한시 됐고, 결국 살아생전 단 한 점만을 판매한다.)
고독한 생애를 보낸 고흐라서 그런지 그의 그림은 살기 위해 움직여야만 하는 존재들과 황량한 대자연 등 삶의 실체적 진실로만 화폭을 채워 나갔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당시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귀한 자료로도 가치가 높다.
앞서 고흐가 고독한 생애를 보냈다고 적긴 했지만 그래도 그를 생각해주는 인물이 없었던건 아니다. 동생 테오와 막내 여동생 빌레미나, 그리고 생면부지의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지누 부인까지. 초반에 사이가 좋았다가 후반에 틀어진 인물들까지 적으면 고흐 주변에 사람이 아예 없었다곤 말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고흐가 진짜로 바란건 둥지처럼 내적으로 자신을 보듬어줄 수 있고 안락함을 줄 수 있는 인물과 공간이었다.
끝끝내 자신의 둥지를 갖지 못한 채, 화가공동체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간직한 채, 무엇이든 그림에 담아내길 원했던 고흐.
띄엄띄엄 알고있었던 각 에피소드를 한 권 속에, 그것도 고흐의 작품과 그가 영감받았던 화가들의 작품을 보며 읽을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책에선 알지 못했던 추가 에피소드까지 알 수 있어서 너무 뜻깊고 좋았던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고흐를 알아가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에서 제공해 주신 도서를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