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

붉은 손가락 ㅣ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 그 마지막 책 『붉은 손가락』을 읽었다.

원래 가가형사 시리즈는 여태까지 읽어온 책들 말고도 『신참자』, 『기린의 날개』, 『기도의 장막이 내려질 때』 까지 총 10권이 출간되었으나 현대문학의 가가형사 시리즈 개정판은 3권을 뺀 7권의 작품만을 다루고 있기에 실상 이 책이 마지막 시리즈 책인 것이다.

『붉은 손가락』은 겉으론 평범해보이지만 막상 깊이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를 안고있는 가족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큰 주제가 '가족'이라 그런지 이번에는 가가형사의 아버지와 가가의 고종사촌인 신입 형사 마쓰미야도 등장한다.

사촌이지만 자주 마주칠 일 없었던 마쓰미야와 가가 형사는 은행나무 공원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함께 맡게되면서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보게 된다. 피해자 소녀의 이름은 가스가이 유나로 아직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된 어린아이였다. 형사들은 은행나무 공원을 기점으로 주변 탐문조사를 이어나갔고 때마침 가가 형사가 유나를 죽인 가족의 집에 탐문 조사를 하게된다.

아내와 중학생 아들 그리고 치매를 앓고있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중년의 가장 아키오. 평범해 보이지만 막상 문제가 많은 가정이다.

야에코는 오냐오냐하며 키운 아들 눈치는 엄청 보면서, 남편과 시어머니에겐 짜증과 불만만을 가지고 있는 못된 아내이다. 물론 시어머니랑 사이가 나쁜 이유는 약간의 시어머니 잔소리를 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고, 남편이랑 사이가 나쁜 이유는 가장인데도 모든 것에 무관심했던 남편에게 골이나서 라는 이유가 있긴하지만. 어쨌거나 문제!

중학생 아들 나오미는 최악이다. 일단 오냐오냐하는 엄마와 무관심한 아빠의 밑에서 자라 애가 하는 짓도 제멋대로고 짜증만 부릴 줄 알고 어른 공경조차 없다. 짜증나면 집 안의 물건을 때려 부수는건 기본, 부모에게도 '무슨 상관이야', '에이씨'라는 둥 못하는 말이 없지만 밖에 나가면 찌질이로 변신한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있어 친구조차 없는 아이이다. 그리고 이젠 살인까지 저질러 버린 상태다.

치매를 잃고 있는 엄마는 숨겨둔 이야기가 있다. 지금 밝히면 약간의 스포가 될 우려가 있어 자세히 말은 못하겠지만... 자신에게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않고, 고부갈등에 중간역할도 제대로 못한 못난 아들과 시댁이라면 치를 떠는 며느리를 보며 마음의 상처를 받은 상태이다. 자신의 유일한 숨통은 딸인 하루미 뿐이다.

가장 아키오는 정말 무심한 남편이자 아빠이자 아들이다. 무조건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그가 방관하고 도망다니기만 했기에 고부갈등도 심화되고, 아들 문제도 이젠 손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가정의 문제는 뒤로하고 바람까지 피운 못난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지금의 엄마처럼 치매였던 아빠를 귀찮아하고 돌본 적도 없는 무심하고 못된 아들이었던 아키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살인을 저질렀단 사실을 알고 처음엔 경찰에 바로 신고할 생각이었지만, 아내의 만류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반성도 없는 아들을 위하여 시신을 은행나무 공원 공중화장실에 두고 온다. 이제는 형사들의 탐문 수사가 시작되었고, 언젠간 형사들의 레이더에 이 사실이 발각 되리란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아키오는 해서는 안되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데....

두 가족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이어지는 이번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간의 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과, 현재 어느 세계든 문제시 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와 청소년 범죄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무리 청소년이라지만 범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 범죄의 책임은 청소년에게만 있는 것일까?

갈수록 높아지는 고령화 사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평범한 옆집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휴먼 미스터리를 통해 우리에게 참 많은 메시지를 던지는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형사 시리즈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아직 끝이 아니기에 앞으로 출간되거나 이미 출간되었지만 읽지 못했던 책들을 하나씩 읽어나갈 생각이다.

치밀한 가가형사의 놀라운 추리력을 보고싶다면 가가형사 시리즈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