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전집 9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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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의 대가 이탈로 칼비노의 9번째 책을 만나보았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이탈로 칼비노의 혁신적인 면모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만큼, 비연속적인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환상적인 도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야기는 젊은 베네치아인인 마르코 폴로가 자신이 사신으로 방문했던 도시들을 타타르 족 황제인 쿠빌라이 칸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시작되는데, 쳐음에 칸은 마르코가 여행 중에 겪었던 모험, 도시를 건설한 사람의 위업, 점성술사의 예언, 이름을 가리키기 위한 수수께끼 혹은 몸짓 등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들은 상징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들은 것은 결코 잊지 못했다.

점점 쿠발라이 칸의 머릿속은 모래알처럼 유연하고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정보들의 사막으로 투영되어 도시들이 서로서로를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나중에는 마르코에게 자신이 직접 도시를 묘사할테니 그런 도시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곳이 자기가 생각했던 대로 정말 그런 모습인지 확인해 달라고 말할 정도가 된다.

어느 날 마르코는 칸에게,

"폐하, 이제 제가 알고 있는 도시란 도시는 폐하께 모두 말씀 드렸습니다." 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칸은 "아직 자네가 말하지 않은 도시가 하나 남아 있네. 베네치아."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마르코는 칸에게,

"제가 폐하께 말씀드린 게 베네치아가 아니라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니까?도시들을 묘사할 때마다 저는 베네치아의 무엇인가를 말씀드렸습니다." 라고 답한다.

마르코가 말한 모든 도시들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도시들이지만, 가상의 도시 속에 현대 도시의 이야기들이 언뜻언뜻 보였기에 이 문장이 주는 의미가 내겐 크게 다가왔다.

작품해설에서도 나오지만 55개의 도시 속에 '기억', '욕망', '기호', '교환', '눈', '이름', '죽은 자', '하늘'같은 명사와, '섬세한', '지속되는', '숨겨진' 같은 형용사로 이루어진 제목이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이 도시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생산되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렇듯 도시는 수많은 것들의 총체라는 것을 거듭 다루고 있다.

항상 머물러 있는 도시를 색다른 관점으로, 환상적인 공간으로 선보인 이탈로 칼비노!

역시 이탈로 칼비노만의 독창성은 인정이다.

이제 이탈로 칼비노 전집도 2권만 남겨두고 있는데 벌써 아쉬움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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