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우주만화 ㅣ 이탈로 칼비노 전집 6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8년 3월
평점 :
『모든 우주만화』는 이탈로 칼비노 전집 중에서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이다.
환상소설 작가답게 '모든 우주'를 '만화'처럼 재밌게 풀어놓은 책인가보다 막연히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작품도 있었고, 『종의 기원』처럼 학문적인 내용을 담아낸 작품도 있어 참 다채롭게 느껴졌다.
읽으면서 약간 '뭐지?' 싶은게 있었는데 바로 주인공 이름이다.
연작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 이름이 죄다 '크프우프크'라는 사실!
주인공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도 있기에 모두 그런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연작 단편에 등장해 우주의 탄생부터 다양한 시공간의 주인공이 되어 『모든 우주만화』를 이끌어 나간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단편을 읽는 것 같지 않고 완성된 한 권의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탈로 칼비노이기에 가능했던 상상에 재미가 더해진 내용들이 참 많았는데 제일 처음 등장하는 「달과의 거리」편에서는 달에서 나는 우유를 뜨러가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우유를 따서 지구까지 보내는 방법이 무엇이냐면 수저를 두 손으로 잡고 투석기를 쏘듯 수저에 담긴 우유를 쏘는 것이다. 그러면 우유는 날아서 바다 표면에 달라붙는다고...
달에서 우유를 내려보낸다니. 정말 상상 그 이상!
그리고 지구와 달 사이의 공간이 균형을 이루다 갑자기 달이 멀어진거나, 기호 경쟁자들이 나타나거나, 은하계 추격놀이를 한다거나, 달이 버섯처럼 솟아오르거나 혹은 달이 늙고 구멍이 숭숭 나고 닳을 대로 닳았다거나, 천체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여 내기한다거나, 직접 물고기나 공룡, 조개, 세포, 하찮은 연체동물이 되기도 하면서 우주의 기원, 우주의 생성, 우주의 과정, 우주의 입장을 포괄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언뜻 보면 『모든 우주만화』는 공상 과학 소설인가 싶기도 할테지만, 이 책은 '기원 신화'를 표방하고 있고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경험한 것들이나 일상생활과 거리가 있는 세계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가 멀다고 한다.
단편마다 제목 밑에 과학적 근거들을 적어둔 이유도 다 이런걸 생각해 두고 적어놓은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탈로 칼비노가 독창적인 환상소설 뿐만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포함한 환상소설도 기가막히게 잘 풀어낸 작가라는 걸 알 수 있었고, 덕분에 우주의 다양한 묘사를 재밌게 관찰하고 넓은 시각을 가지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다음 작품은 어떤 환상성을 소설에 입혀 우리에게 보여줄지 너무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