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그림과 서양명화

조선 그림과 서양명화 - 같은 시대 다른 예술
윤철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4월

동서양이 가진 그림에 대한 기본 인식이 워낙 다르다보니 사실상 서양은 서양끼리, 동양은 동양끼리 그림을 묶어 설명하는건 보았어도 이 책처럼 같은 시대를 놓고 동서양의 그림을 비교하는 책은 처음 접해본다.

그림의 기법, 사상, 회화정신, 그림에 대한 사회인식, 제작 도구 등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보편적인 인간 감정과 느낌, 숭고함과 경건함, 초월적인 이상의 추구, 다양한 사회와 인간사가 얽혀 있다는 공통점을 느낄 수 있기에 이 책은 옛 조선의 그림과 서양 그림을 나란히 놓고 그때 그 시절의 동서양은 어떤 생각을 지녔고, 무엇을 그렸는가를 두루두루 보여준다.

이번 계기를 통해서 조선 그림 속에 화풍(풍속화, 궁중풍속화, 불화, 비현실의 가상세계, 산수화, 인물화와 초상화 등)들이 이렇게나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조선의 그림이 많이 없는 이유와 드로잉을 바라보는 관점, 같은 주제라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 등을 새롭게 알게되어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워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크게 서문 이후 고려 말과 조선전기, 조선 중기, 조선 후기로 나누어 각각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주제들끼리 묶어서 동서양의 그림을 비교, 설명 하고 있는데~ 문득 조선 중기 부분을 보다가 보는 우리야 이렇게 잘 구분 해줘서 즐겁게 감상하고 이해하고 즐기면 되지만 시기별로 나누고, 분류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찾고, 정리하기까지 저자가 너무너무 고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전기의 경우는 그림 감상이 보편화되지 않은데다 그림을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습관도 없었고, 활동한 화가의 수도 생각보다 많지 않기에 종종 작가미상의 그림들이 보이는데 이런 그림은 제목을 알지 않는 이상 찾기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저자 덕분에 조선 그림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당시 시대배경이 어땠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는지, 어떤 기법이 사용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 옛 그림과 서양 그림을 나란히 비교한 이유가 유명 서양 그림에 기대 우리 옛 그림을 독자들에게 좀 더 흥미롭게 소개하려는 의도라고 적어놓았는데, 그 의도가 내겐 제대로 전달 된 듯 하다.

서양그림의 매력만 알고 지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조선그림, 우리 옛그림에 푹 빠져버렸다.

우리나라만의 그림체가 이렇게 이뻤었나 싶어 계속 시선이 조선그림에 더 머물러 있었던 것 안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