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 이탈로 칼비노 전집 5
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 / 민음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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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발도가 다섯 번의 사계절을 보내며 겪는 재밌고 웃기고 어떨 땐 안타깝고 슬프기도 한 일상을 담은 책 『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

이런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만화 '심슨'을 보는 느낌이었다.

내용의 이면엔 산업 혁명 후 본격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는 사회의 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상실돼 가는 인간성과 환경 파괴, 자연을 향한 순수한 갈망을 담고 있지만... 너무 유쾌하게 풀어낸 나머지 약간 시트콤만화를 보는 느낌으로 읽어졌다고나 할까.

이탈로 칼비노 소설들은 다 재밌게 읽었는데도 이번 책만큼 현실 웃음이 터진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우리의 주인공 '마르코발도'는 엉뚱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도시의 도로 옆에 늘어선 화단 속에 솟아오른 버섯을 보고 아이마냥 행복해 했다가, 자신처럼 화단 속 버섯을 발견해버린 청소부와 나중에는 버섯 따기 배틀을 벌이기도 하고, 각자 따간 버섯 먹고 식중독에 걸려서 배틀 뜬 청소부랑 나란히 침대에 누워 서로를 노려보기도 한다.

정말 한편의 시트콤 같지 않은가.

이 일화 말고도 웃긴 이야기들이 너무너무 많다.

벌침 치료에 맛들린 마르코발도가 주변사람들에게 벌침 놓아주다가 말벌떼한테 습격당하기도 하고, 부잣집 도련님 도시락이랑 자신의 냄새나는 도시락이랑 바꿔먹었다가 가정부한테 들켜서 도망가기도 하고, 무서운 전염병에 감염된 토끼인 줄 모르고 토끼 탕이나 토끼 구이 해먹으려고 토끼를 키우다가 가족 다같이 앰뷸런스에 실려 백신검사와 보호 관찰을 받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전차를 타고가다 잘못 내리는 바람에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던 마르코발도가 우연히 집으로 가는 버스를 찾아내 탑승하는데...알고보니 버스가 아니라 비행기 안이기도 했고, 가족들과 함께 슈퍼마켓에 들러 카트에 물건을 가득 채웠다가 도로 가져다 놓기를 반복하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정말 읽는 내내 너무 유쾌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웃겨서 (물론 위에서 적었듯이 안타깝고 슬픈 내용도 있었다) 끝까지 재밌게 읽어간 책이다. 스바브 회사에서 단순 노동자로 일하며 도시의 공해와 여러 소음으로 자연을 그리워하는 모습이나, 도시의 곳곳에서 자연에 관련된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내고 꿈과 몽상을 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마르코발도의 순수함을 담고있어 보기 좋았다.

작품해설에' 마르코발도의 해프닝을 읽으면서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면 아마 그의 소박한 저항에 어느 정도 심정적으로 공감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라고 적어놓았는데 나는 읽으면서 전혀 그런게 없어서... 몇년 후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그땐 내용 이면에 깔려있는 현대사회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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