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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기사 ㅣ 이탈로 칼비노 전집 4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다양한 차원의 인간 존재에 관한 존재와 의식, 주체와 객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기사인 아질울포는 자신의 기계적인 행위를 통해서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개성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현대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존재하지 않는 그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던 걸까?
아질울포는 그 질문을 던진 카롤루스 대제에게 의지의 힘과 전쟁의 성스러운 동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셀림피아 치테리오레와 페츠의 기사이자 코르벤트라츠와 수라의 구일디베르니 가문과 기타 가문 출신인 아질울포는 모두가 인정하는 모범적인 군인이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의 존재를 불쾌히 여겼다. 아질울포가 아무 무리에나 끼어 보려고 다가가도 아무도 그에게 길을 비켜 주지 않았고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였으니...
아질울포는 선술집에 모여 앉은 동료들처럼 다른 사람을 놀려 먹거나 욕지거리를 해 대면서라도 동료들과 친해지고 싶었으나, 항상 무리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한 채 엉거주춤 서 있다가 떨어져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사람들의 육체를 보면 거의 질투에 가까운 불쾌감을 맛보기도 했고 또 자존심과 오만한 우울성에 상처를 입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씩은 자신의 존재가 분해되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그럴 경우 그는 나뭇잎, 돌, 창, 솔방울같이 자기 앞에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세어야 했다.
존재하지 않는 자신을 존재하기 위해 애쓰는 그의 주변에도 어느덧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그의 하인 '구르둘루' , 기사 후보생인 '랭보', 아질울포를 사랑하는 여전사 '브라다만테' 였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토리스먼드' 때문에 기사 작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아질울포의 뒤를 따라 떠나기도 한다.
각자의 사정을 안고 여행길에 오른 그들. 결국 토리스먼드의 큰 오해로 붉어진 사건은 아질울포를 정말로 존재하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아질울포가 세상에서 사라진 후, 하인 구르둘루가 빈 냄비나 굴뚝, 큰 통을 들여다보면서 그를 부르는데...
"주인님! 명령을 내려 주세요, 주인님!"
구르둘루가 길 옆 풀밭에 앉아 긴 술병 주둥에 대고 길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그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안에서 누굴 찾는 거지, 구르둘루?"
토리스먼드였다. (중략)
"우리 주인님을 찾습니다."
"그 술병 안에서?"
"우리 주인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빈 갑옷 속에도 존재할 수 있었으니까, 이 술병 안에도 존재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네 주인은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면 난 이제 공기의 하인인가요?"
자신의 주인이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던 기사였듯이, 존재는 하지만 존재한다는 의식이 전혀 없었던 구르둘루를 통해 "존재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탈로 칼비노.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