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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김동수 감수 / 리리 / 2020년 3월
평점 :
앞으로 그 어떤 산악 소설을 읽던지간에 '산악 소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될 것 같은 『신들의 봉우리』.
웅장하고 거대한 느낌을 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소설이었다. 사실 등산 자체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왜 다들 못가서 안달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읽어나간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의 필력에 빠져든 순간부터는 그런 의문따위는 잊어버린채 에베레스트 여정에 집중하며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주인공 후카마치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노리고 찾아온 원정대의 일원이었지만 산을 오르던 중 사고로 두 사람의 생명을 잃게 되면서 그 원정은 무산되고 만다. 원정에서 돌아오던 길에 우연히 카트만두에서 1924년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르다 죽은 '맬러리'라는 유명 산악인이 그 순간 들고있었던 카메라를 발견하게 되면서 '맬러리와 어빈은 과연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을까'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카메라를 샀지만 호텔에서 카메라를 도둑맞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하부 조지라는 사람을 알게된다.
일본에 돌아온 후카마치는 맬러리의 카메라를 되찾기 위해 하부 조지의 과거를 조사하기에 이르고...이토 고이치로, 다다 가쓰히코, 미즈노 오사무, 기시 료코 등을 만나면서 맬러리의 카메라보다 하부 조지라는 인간에게 한층 빠져들어 집요할 정도로 하부에 대한 모든 걸 알아가기 시작한다.
네팔에서 하부를 만났을 당시 그의 옆에 있던 노인이 셰르파 '앙 체링'이었다는 사실까지 알게된 후카마치는 다시 네팔로 넘어가 하부를 만나기위해 앙 체링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하부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여러 고난들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결론적으론 카메라 안에 필름이 들어있지 않아서 맬러리와 어빈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는지에 대한 확인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러나 하부가 '에베레스트 남서벽 동계 무산소 단독 등반'을 할거란 이야기를 듣게되면서 후카마치는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그의 사진을 찍고싶다는 목표를.
설령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해도 하부가 겨울 남서벽을 혼자서 어떻게 오르는지, 그가 맬러리의 카메라를 발견한 경위는 무엇이었는지, 그가 해낼 수 있는지를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자신도 에베레스트를 오르기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과연 하부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을 수 있을까? 후카마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맬러리의 카메라는 어떻게 발견하게 된걸까? 이 모든 의문들과 궁금증들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면서 하나씩 밝혀진다.
산악용어는 하나도 모르던 상태로 읽었기에 처음엔 일일이 단어들을 다 찾아보아야 했지만 그 또한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고, 눈 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주변 풍경과 그곳을 오르는 수많은 산악인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항상 품으며 언제든 '신들의 봉우리'라고 불리는 꼭대기 지점에서 완주자를 기다리는 에베레스트산의 위용을 느낄 수 있었던 『신들의 봉우리』.
너무 멋진 소설이었다.